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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루스소셜’에 33초 영상 게시
AI 생성 추정…가자지구 휴양지로 묘사
“불쾌하고 역겹다” “매우 무례” 잇단 혹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가자지구 개발 홍보영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가 휴양지로 변모했을 때의 가상 상황을 그린 영상을 공개했다. 휴전 중이지만 극한의 한파와 기근으로 희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자지구의 모습을 가볍게 묘사해 전쟁의 비극을 지우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33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대한 별도 설명을 하진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가 휴양지로 개발됐을 때의 모습을 리조트 분양 광고처럼 보여준다.

영상은 폐허 상태의 가자지구를 서성이는 난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2025년의 가자, 다음은 어떻게 될까’라는 문구와 함께 난민 어린이들이 어두운 골목을 통과하면, 고층 건물과 푸른 바다 사이로 야자수와 백사장이 펼쳐진 밝은 해변이 등장한다.

석양이 비치는 시장 골목 사이 관광객과 빨간 승용차가 오가는 장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빼닮은 남성이 해변에서 환히 웃으며 음식을 먹는 장면, 어린아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황금색 풍선을 손에 든 장면 등이 이어진다.

리조트 안 장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계 여성 댄서와 춤을 춘다. 해변에서는 공중으로 뿌려진 지폐 다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머스크 CEO가 어깨를 들썩인다.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향해 손을 뻗는다.

‘트럼프 가자’라는 이름이 붙은 리조트 수영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영복 차림으로 선베드에 누워 음료 잔을 들고 있다. 황금으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도 곳곳에 등장한다.

빠른 박자의 배경음악에선 ‘더는 공포는 없다. 트럼프 가자가 마침내 이곳에 왔다. 트럼프 가자가 밝게 빛난다. 황금빛 미래, 새로운 인생’이라며 랩 가사가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영상을 공개하자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16개월 전쟁 중 약 5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은 가자지구에서의 비극을 지운 채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난민촌에 공습을 단행한 네타냐후 총리를 ‘캐릭터화’ 하고, 식민지배적 관점에서 가자 주민들을 묘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 영상은 충격적이고, 불쾌하고, 매우 무례하고, 역겹다”며 “(가자 주민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은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체를 본뜬 황금 동상을 묘사하며) 자기를 숭배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트루스소셜에 가입해 트럼프 대통령을 팔로우하는 지지층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을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이것을 공개하도록 한 (백악관) 커뮤니케이션팀원은 강력히 재평가받아야 한다”며 “저는 DJT(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팬이지만, 가자에서 살해된 비바스 가족의 장례식이 열린 매우 슬픈 날 이것을 공개한 것은 매우 무례하다”고 적었다.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에서 납치한 이스라엘 여성 쉬리 비바스와 4세, 9개월 배기 두 아들 등 세 구의 유해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동영상을 삭제하고, 1년 넘게 대량학살을 지켜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세계의 선량한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곳은 당신의 땅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이다”는 댓글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물론 아랍 국가들은 ‘인종 청소’를 우려하며 강제 이주안을 포함한 그의 구상에 반대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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