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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
<1>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정치브로커 명태균, 尹부부 어떻게 만났나
"김종인·이준석 양쪽에 인연" 측근이 추천
각종 여론조사·조언 건네면서 전략가 역할
"경남지사 공천 민원, 김건희가 해결" 의혹
작년 김영선 총선 공천 놓고 신뢰관계 균열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처음 인연을 맺은 시점은 2021년 6월 18일쯤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준석 당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라는 결과물에 명씨가 관여했다는 뒷말이 무성했고, 이런 소문은 윤 대통령 측에도 흘러 들어갔다. 대선 경선을 앞둔 상황에 당내 기반이 미약했던 윤 대통령 입장에선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 등 전·현직 지도부와 끈이 닿아 있는 명씨가 필요했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 명씨를 먼저 만나본 함성득 경기대 교수가 김건희 여사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이후 윤 대통령과도 대면했다.

안면을 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수시로 대선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각종 조언을 건네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 대통령 후보 부부의 신임을 얻은 명씨는 사실상 대선 전략을 짜는 '책사' 역할까지 맡게 됐다는 게 명씨 측 주장이다. 김 여사는 이준석·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을 앞두고 명씨에게 윤 대통령이 던져야 할 질문을 대신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구속된 것을 두고 김 여사가 "남편(윤 대통령)에게 흉재가 되는 거죠?"라고 묻자, 명씨가 "제가 꼭 만들어낼 테니 믿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답하는 등 두 사람이 나눈 메신저 대화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전폭 지지 등에 업고… 경남지사 공천에도 개입 의혹



김 여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명씨는 지방선거 공천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명씨가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을 경남지사에 출마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2021년 8월 박 의원은 경남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과의 경쟁을 걱정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가 직접 김 의원에게 "큰 정치 하셔야지요 의원님"이라며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이 문제를 정리했다고 주장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김 의원의 경남지사 불출마 선언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듬해 박 의원은 경남지사에 출마해 당선됐고, 그의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의창에는 명씨가 밀었던 김영선 전 의원이 입성했다. 다만 명씨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선 후에도 김 여사 통해 영향력 행사 정황



윤 대통령 당선 후에도 명씨는 김 여사를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2022년 4월 성접대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이준석 대표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사모님(김 여사)께 얘기해야 한다. 당선인(윤 대통령)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건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명씨가 윤 대통령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도 나타났다. 검찰은 명씨가 2021년 7월과 추석쯤 두 차례에 걸쳐 김 여사로부터 받은 돈봉투 사진을 확보했다. 명씨는 "창원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차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며 "생활고로 급한 상황에서 봉투 안에서 돈을 조금씩 꺼내 사용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얼마가 들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액수가 얼마인지, 이 돈의 성격이 단순한 감사 표시였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김영선 공천 두고 갈등… 明, 尹 부부 겨눠



명씨와 김 여사 사이는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 창원의창 공천 과정에서 틀어졌다. 김 여사는 '친윤'으로 알려진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를, 명씨는 현역인 김영선 전 의원을 밀었다고 한다. 의견이 갈리자 김 여사는 직접 김 전 의원에게 전화해 "창원의창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에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명씨 측 주장이다. 명씨는 이에 김 전 의원을 경남 김해갑으로 옮겨 단수공천을 요청했지만, 김 여사는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한다"며 거절했다. 명씨는 "이건 아닙니다. 지난 대선 때 제가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님을 도왔습니다"라며 섭섭함을 드러냈고, 김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떠나 '비례대표 1번'을 조건으로 개혁신당 입당을 노리기도 했다. 이준석·천하람 의원이 명씨 등과 가졌다는 '칠불사 회동'이 성사된 배경이다.

이후 언론 보도와 정치권 증언을 통해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자 이들의 밀월 관계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폭로전을 시작했고, 야권을 중심으로 '명태균 특별검사 도입' 주장이 거세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명씨와의 관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반박하진 않는다. 윤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엔 계엄 선포의 단초가 명씨의 폭로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대권을 잡는 데 쓰였던 명씨가 조기 퇴진의 방아쇠가 된 셈이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3. • "판세 잘 짠다" 평판에 명태균 '스카우트'... 갈등 빚다 尹 부부 뇌관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114100002742)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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