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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교수·학생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앞장서 외쳐왔던 각 대학이 예기치 못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참여 학생 규모가 크진 않지만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의 극단적인 주장에 동원되는가 하면, 캠퍼스 내 충돌로 번질 소지도 커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23일 대학 탄핵반대 시국 선언을 주도하는 ‘자유대학’(자유수호대학연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숭실대, 한성대, 단국대, 전남대 등 18개 대학의 탄핵반대 시국선언 참여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들은 3월1일 ‘전국 대학생 탄핵반대 시국선언대회’를 열 계획도 밝혔는데, 현재까지 30여개 대학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탄핵반대 시국선언은 지난달 16일 한 대학생이 만든 ‘자유대학’ 주도로 조직되고 있다. 각 대학에서 대표 격을 맡은 학생이 ‘에브리타임’(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참할 학생을 모으고, ‘자유대학’ 단체 대화방에서 이를 공유하는 식이다. 한양대생인 김준희 자유대학 대표는 한겨레에 “이달 초까지만 해도 참여가 저조했지만, 지난주부터 연세대·서울대 시국선언 소식이 많이 알려지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교에선 참여 학생 수가 100명을 넘기도 한 걸로 전해졌다.

다만 전교생 대부분이 참석한 학생 총회 의결로 나온 각 대학의 ‘윤 대통령 퇴진·탄핵’ 주장에 견주면, 아직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학생은 소수에 그친다. 가령 지난 21일 고려대 탄핵반대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학교 학생은 10여명에 그쳤고,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규모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연세대(10일)나 서울대(17일)도 사정은 비슷했다.

문제는 이들 움직임이 윤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적인 집회나 유튜브에서 ‘변화한 청년 움직임’으로 불리며 동원되는 점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전날 광화문 집회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일어났다. 이번 주 안엔 전국 총학생회를 제가 다 소집하려고 한다. 2030이 삼일절에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유대학’ 등 대학가 시국선언에 전액 비용을 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학생 이인선(26)씨는 “마치 대학생이 극우 세력을 지지하는 것처럼, 탄핵 반대가 대학가의 대세인 것처럼 포장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폭동을 부추기는 선동이자 공작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캠퍼스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충돌도 고민거리다. 각 대학 탄핵 반대 집회에는 유튜버 등 외부인이 참여하며 충돌이 한층 격렬해졌다. 고려대 탄핵반대 집회에서는 외부인 100여명이 가세해 이들을 저지하려는 학생·동문들과 큰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갈등과 소란이 상당히 커서 캠퍼스 폴리스만으로는 해결이 안 돼 중간에 경찰이 와서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학생 의견 표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충돌 우려 탓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를 둘러싸고 비슷한 충돌 상황을 겪은 서울대 관계자도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의 일이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도저히 학교에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형사 문제가 되는 만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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