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낮췄지만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점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지표·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3일 “은행별 대출금리 변동내역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취합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의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 대출금리는 COFIX 등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위험 비용 같은 가산금리를 붙이고, 여기에서 은행 재량으로 결정하는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려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낮아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4%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하고, 반대로 우대금리는 축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대금리는 고객을 유치하거나 붙잡아 두기 위해 급여 이체, 카드 사용액 등을 기준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12월 기준 우대금리는 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눈에 띄게 축소됐다. 특히 우리은행 우대금리는 이 기간 2.23%에서 0.82%로 무려 1.41%포인트 줄어들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제출할 자료를 통해 기준금리에서 지표금리, 은행별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점검하고 가산금리 변동내역 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가계·기업이 종전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