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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디의 큐시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엔 개혁이라더니, 끝내 혼란만
과학이라더니, 근거는 없었다
이제 와서 해결은 너희가 알아서?

꽤 오래전부터 불만이 있었다. 의대 증원이라는 상당히 공적인 이슈에 대해 의사들은 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일까? 밥그릇 챙기기, 특권 유지 등등의 비판에 나도 상당히 수긍이 갔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에서 의료 개혁과 의대 증원을 예고했을 때만 해도 반가웠다. 그런데 갑자기 2천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면서 반가움은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현재 정원이 3천명 조금 넘는데, 한꺼번에 2천명을 더 늘린다고? 이래도 돼?

이런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나뿐이었을 리가 없다. 150명도 아니고 890명도 아니고 2100명도 아니고 딱 2천명? 숱하게 이어진 질문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과학적인 과정과 충분한 회의를 통해 도출된 숫자’가 이천공… 아니, 2천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회의록을 보자는 요청이 뒤따르자, 정부는 회의록이 없으며 관련 자료를 파기했다고 발뺌했다. 회의록 작성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친절한 법률 해석도 덧붙이며. 그중 백미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명대사.

“2천명이라는 숫자는 절대로 조정할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논의하고 과학적 근거를 통해 결정된 숫자입니다.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모두 의사들에게 물리겠습니다.”

전공의는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교실을 떠났다. 의료 현장에는 공백이 생기고 그 사이로 예전 같았으면 구했을 목숨들이 사라졌다. 아, 박민수 차관의 비행기는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집만큼은 자신 있던 정부는 대폭 증원을 밀어붙였고 그 여파는 입시 현장으로 이어졌다. 의대 입학 정원이 확 늘어났다는 소식에 멀쩡히 학교 다니던 대학생들이 휴학계를 내고 사교육 시장에 몰려들었다. 소위 엔(n)수생 수는 기록을 갈아치웠고 특히 공대에 많은 빈자리가 생겼다. 며칠 전 추가합격까지 마무리되면서 시끄러웠던 2025년 대학입시가 다 끝났다.

답답하니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오늘 큐시트 첫 곡은 로버트 파머의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Bad Case of Loving you)다.

https://youtu.be/Gq3MJoCUrYg?si=N_D1AbJY27w4FPZP

원래도 꽤 히트한 올드팝이었는데 영화 ‘친구’에 삽입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호탕하게 스네어 드럼을 두드리는 인트로와 ‘닥터 닥터~ 기브 미 더 뉴스~’라는 코러스는 다들 들어보셨을 거다. 그녀를 사랑하는 몹쓸 병에 걸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혹시 치료법이 나왔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는 내용이다.

노래는 좋은데, 걱정된다. 수업을 거부해 단체로 유급당한 24학번 의대생과 정원이 대폭 늘어난 25학번이 겹쳐 있는데 어떻게 교육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3천명을 교육하던 시스템으로 1년 만에 7천명을 교육할 수 있을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복지부와 교육부는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는 2천명 증원 발표로 난리가 났을 때부터 계속했다. 아마 일반 회사에서 어떤 일에 대책을 물었을 때 이런 한심한 대답을 내놓는다면 책임자는커녕 말단 실무직도 못 맡을 것이다. 이런 인물들이 아직도 장차관을 하고 있으니, 복지(부)가 참 좋다. 기분 좋게 다음 노래를 들어보자.

위에서 소개한 로버트 파머 노래와 흡사한 상황을 담은 노래를 래퍼 산이가 부른 적 있다. 제목은 러브식(LoveSick). 제목처럼 달콤한 감성 힙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JWrC9KQahY

“소 닥터(So doctor), 도대체 이 병이 뭐죠? 이츠 콜드 러브식 It’s called luvsic. 너무나 아퍼 견디기 힘들어. 소 아이 니드 어 닥터(So I need a doctor). 왜냐면 아임 러브식(I’m LoveSick), 너무나 아퍼. 내 맘을 모르는 너도 너무 나뻐.”

마지막으로, 그럼 2026년 의대 정원은 어떻게 되나? 계엄의 밤 이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3인방(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점점 꼬리를 내리더니,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복지부가 이런 해법을 제안했다. 의대 정원 조정이 계속 난항을 겪게 되면 그냥 각 의대 총장에게 맡기자고.

뭐라고요? 아니 이럴 거면 왜…. 정말이지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깽판은 내가 쳤는데 도무지 해결할 방법을 모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슈’인데, 이런 소리를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들을 줄이야.

시작은 의료 개혁이었으나 끝은 의료 대란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이 지경이 된 데에 의사와 전공의들의 책임이 없진 않겠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잘못이 훨씬 커 보인다. 장차관이라는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지지도 않고 나 몰라라 도망치는 치졸한 모습을 보니 이 노래가 떠오른다. 오늘의 끝 곡, 배드키즈가 부릅니다. 귓방망이.

https://youtu.be/faVjDgVlEzc?si=shh-8z3JBN_6O6E3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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