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머스크를 뽑지 않았다
"머스크를 당장 멈춰라", "머스크를 (대통령에) 선출한 게 아니다" 미국 곳곳, 테슬라 매장 앞에 몰려든 시위대의 구호와 손팻말입니다. 대규모 시위는 아니지만, 머스크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부자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인자인 그가 돈과 권력의 힘으로 민주정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이와 별개로 이번 주 머스크의 회사 xAI가 내놓은 인공지능 '그록3'는 놀랍습니다. 창업일이 2023년 7월, 불과 1년 반밖에 안 된 기업입니다. 후발주자였지만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었습니다. 주요 벤치마크에서 오픈AI나 구글 등 업력이 긴 경쟁자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록3 발표 회견을 통해 그 비밀이 공개됐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X에 공유한 밈 사진. 구글과 오픈AI, 메타 등 경쟁자들을 자신의 그록이 압도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20일, 머스크는 처음에는 유료 가입자에게 공개했던 그록3를 무료로 풀었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누구나 써볼 수 있습니다.
그록3 무료 사용
https://x.com/i/grok
저도 인공지능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제 인상은 유료로 가입한 챗GPT 최신버전들 보다는 아쉽지만, 딥디크보다는 확실히 나은 점이 많았습니다.
■ "2년 걸려요" "그냥 우리가 짓자"
세 명의 젊은 xAI 공동창업자 및 개발진과 등장한 머스크 뒤로 사진이 보입니다. 미국 멤피스에 건설된 인공지능 개발용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록3 발표 (출처: 유튜브 Robin) 뒤로 머스크가 122일 만에 만든 데이터센터가 보인다
머스크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대신 제공업체에 GPU 10만 개짜리 센터 견적을 알아봤더니 "18~24개월이 걸린다"고 답이 돌아왔습니다. 머스크는 기다렸다가는 패배할 거라고 판단했고 직접 센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와중에 머스크팀이 겪은 문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머스크의 말을 정리했습니다.
■ 1. 건물
데이터센터 건물을 새로 짓다간 오래 걸리니 폐쇄된 공장들을 찾았습니다. 멀쩡한 건물로 파산한 공장을 찾은 거죠. 그래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일렉트로룩스가 떠난 폐공장을 발견했습니다.
■ 2. 전력
인공지능 학습 연산을 하는 반도체인 GPU 10만 개를 쓰는 1단계만 해도 전력이 최소 120메가와트가 필요합니다. 해당 공장은 15메가와트만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20만 개의 GPU를 쓰면서는 250메가와트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의 원전 한 기가 1기가와트 출력을 내니까 그 4분의 1 정도되는 막대한 양입니다. 이걸 풀기 위해 머스크는 엄청난 양의 발전기를 빌렸고 발전기를 담은 트레일러가 건물 한쪽에 서 있었습니다.
■ 3. 냉각
발전기도 그렇지만 GPU는 엄청난 열을 발생시킵니다. 머스크는 미국 내 이동식 냉각 용량의 4분의 1을 임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엄청난 냉각기는 건물의 다른 쪽에 세워진 트레일러에 담겼습니다. GPU는 전부 액체 냉각 방식이라 액체 냉각관도 설치했습니다.
■ 4. 전력 변동
머스크는 "(GPU 숫자인) 20만 명의 단원이 있는 오케스트라가 0.1초 만에 소리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쓰는 전기가 엄청나게 많다가 순간적으로 작아지는 것입니다. 발전기들이 제어 불능이 됐죠. 이 문제는 새롭게 프로그래밍한 테슬라의 메가팩으로 풀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소모 전력이 춤추는 문제를 특수 배터리를 달아 푼 것입니다.
이 밖에도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했는데 새벽 4시 20분까지 일해서 풀었다고 합니다.
xAI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 16조 원을 조달했습니다. 사들인 H100 그래픽카드는 쿠팡에서 5천만 원에 팔렸는데요. 실제로는 다른 가격이었겠지만 이 가격대로 샀다면 20만개를 사는데 10조 원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투자를 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1단계 10만개 GPU 설치까지 불과 122일이 걸렸습니다. 2년을 단 4개월로 6분의 1로 단축해 버린 것입니다. 이후 92일 만에 GPU가 20만 개로 늘었습니다. 여기서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앤쓰로픽 클로드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록3가 초단기간에 개발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추진력입니다.
물론 머스크식이 유일한 해답은 아닙니다. 중국의 딥시크는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부실한 GPU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이든 과감한 결정과 투자가 있었습니다.
■ 세계의 '빠른 추격자' 한국, 인공지능 주권은?
'인공지능 주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을 사 와서 쓰면 내부 원리를 알기 어려운 특성상 어떻게 학습되고 편향된 것인지 한국인들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학습하는 통제권을 가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머스크의 xAI나 오픈AI, 앤스로픽, 메타, 구글 같은 미국업체들 뿐 아니라 딥시크를 필두로 한 중국업체들의 혁신 앞에 한국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물론 클로바의 네이버도 있고 엑사원을 개발한 LG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변혁기에 한국기업들이 보여줬던 해외 시장에 대한 발빠른 도전과는 수준이 달라 보입니다.
삼성은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빠른 모방자'로 뛰어들어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모두가 투자를 꺼렸을 때 LG의 가전과 현대차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 세게 시장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전기차를 능가해 우리 세대가 겪을 가장 큰 혁신으로 보이는 인공지능 혁신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