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 출구 앞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을 사흘 앞둔 주말, 윤 대통령 탄핵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다시 서울 경복궁역 주변에 모여 ‘상식적 목소리’의 가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 쪽과 지지자들이 내놓는 배제와 혐오에 바탕한 극단적 주장을 경계하며, 12·3 내란 사태 이후 한국 사회가 향해야 할 방향을 고심했다.
22일 저녁 열리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12차)’(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려 시민들은 이날 오후부터 경복궁역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탄핵인용이 민생회복’ 같은 손팻말 사이로 ‘친구농사 망한 2030 내향인의 모임’, ‘제발 덕질좀 편하게 했으면 좋겠는 오타쿠들의 모임’ 등 재치있는 깃발이 휘날렸다.
내란 사태와 그 수습이 석달 가까이 이어지며, 10번 이상 집회를 찾았다는 시민들이 적잖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계엄 선포의 배경과 실체가 드러날수록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보여야한다는 간절함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번 가까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김다정(22)씨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외려 결국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국격을 낮추고 국민 삶을 힘들게 만든 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런데도 대학가에서까지 극단적인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 걱정스럽다”면서도 “여전히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나온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12차)’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봉비 기자.
최근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가에서까지 탄핵 반대 집회가 벌어지는 가운데, 이날도 서울 광화문과 대전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 나와 “3·1절날 3천만명이 광화문에 나와야 한다”며 “국회의원 300명을 완전히 해산시켜야 된다. 국민저항권이 완성되면 국회 해산할 수 있다”고 또다시 극단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범시민 대행진에 참여한 김상미(56)씨는 그 모습을 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헌재 앞에서 극단적 행동을 보였던 것이 떠올라 걱정이 크다. 저 안에서 사람들이 더 극단화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내란 사태의 수습 이후 만들어가야 할 사회의 모습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조영미(58)씨는 “이제 정권만 바뀌면 새로운 세상이 올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약한 사람들을 지키는 복지가 우선시 되는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아무개(52)씨는 “시간이 걸려도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지키고 설득과 합의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