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금요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의 취임 선서 뒤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재차 비판했다.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곧 광물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회의에서 “푸틴과는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지만, 우크라이나와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아무런 카드도 없으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전쟁은 끔찍하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 이후 거듭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우크라이나는 협상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는 협상 결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독재자”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전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바이든이 잘못된 말을 했고, 젤렌스키 역시 잘못된 말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3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솔직히 말해, 베센트 장관이 키이우에 간 것도 시간 낭비였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와중에도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전쟁 중인 국가의 용감한 지도자와 생산적인 논의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한편 마이클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광물 협정에 조만간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광범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왈츠 보좌관은 이날 메릴랜드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할 것이며, 이는 매우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정은 알루미늄, 갈륨, 티타늄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광물 자원에 미국의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광물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제조와 군사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왈츠 보좌관은 미국 납세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한 1750억 달러(약 233조원)를 일부 회수하는 방안으로 이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