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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의 국방B컷] 군 안팎 “비편제 조직인 국방부 국회협력단 해체해야” 목청
|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 국회협력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 2월 18일 국회 내에 있는 국방부 국회협력단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주간경향] 국회와의 연락·협조 업무를 담당하는 국방부 국회협력단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수사 대상이다. 국방부 국회협력단이 국회에서 계엄군의 ‘길 안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월 18일 용산 국방부의 국회협력단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국회 본청에 있는 국방부 국회협력단 사무실에는 ‘비상계엄령 수사 종료 시까지 출입을 금함’이라는 국회 사무총장 명의의 경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5·16의 유산

국방부 국회협력단은 1963년 ‘국방부 국회연락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장악하면서 국방위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군이 정치권 동향을 살피기 위한 방편으로 만든 조직이었다. 5·16 군사쿠데타의 잔재인 셈이다. 국방부 국회협력단에 근무하는 장교들은 국방위원들을 깍듯이 모신다. 12·3 비상계엄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2004년 국회연락단 육군담당관(대령)을 지냈다. 그 역시 국방위원들을 직속상관 모시듯 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방부 국회연락단과 비슷한 조직인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와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경찰청 등이 운영하던 연락단은 1988년에 모두 사라졌지만, 국방부 조직만은 세월이 가면서 외려 규모가 커졌다. 영관급이던 단장 계급까지 장군으로 상향됐다. 현재 국방부 국회협력단은 육군 준장이 단장, 국방부 소속 중령이 총괄담당이다. 또 협력관이란 명칭의 육·해·공·합참·방사청·해병대 소속 대령들과 주무관, 위관 장교 등 10명이 국회 사무실에 상주한다. 국회협력단을 운용하는 정부 부처는 국방부가 유일하다.

국방부는 국회와 국방정책 현안에 대한 연락 협조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회협력단은 법적 근거가 없는 ‘비공식 편제 기구’(임시 조직)로 ‘유령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국회협력단장’이라는 직위도 공식적으로 없는 자리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정부조직법상 공식 직제와 정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임시 조직’을 통해 62년 동안 정부 행정부처인 국방부와 업무 협조를 하고 있는 꼴이다.

국방부가 국회협력단장을 국회 소속의 ‘정원 외’ 군 장성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장성 수를 줄이는 게 국방개혁의 한 축이라고 한 정부 설명과도 맞지 않는다. 국방부는 국회협력단실에 군과 관련된 기밀자료를 비치해 의원들이 수시로 열람할 수 있게 하거나 연락관들이 상주하면서 국방위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현안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협력단이 꼭 필요하다면 법으로 설립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단장 계급도 장군이어서는 안 된다. 대령 계급으로도 그 역할을 하기에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굳이 현역 장성을 국회 소속으로 하겠다면 법으로 그 근거를 만들고, 미국처럼 국회의장의 안보보좌관 역할이어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군부의 ‘로비스트’라든지, 정치권의 ‘민원 해결사’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2008년에 벌어진 사건은 국회 국방위와 국방부가 어떤 관계였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국회 사무처는 국회 국방위원회 요청으로 45년간 유지돼오던 국방부 국회연락단 철수를 요구했다. 결국 대령급 단장을 비롯한 군 장교 6명의 사무실 출입이 봉쇄됐다. 당시 국방위는 국회연락단 철수 요구 배경으로 국방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내용 및 태도와 국방 현안에 대한 국방부의 무성의를 내세웠다. 또 국방부 국회연락단 자체가 ‘그 어떤 법적 근거가 없는 기구’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국회연락단 폐쇄는 당시 국방위 차원에서 요구한 국회연락단장 정모 대령의 장군 진급을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거부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1년 후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 국회연락단’ 부활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국방부 장관이 바뀐 만큼 국회와 국방부의 가교 역할을 잘하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민원 창구’가 없어진 데 따른 국회 국방위원들의 불편함이 더 컸던 탓이었다. 이후 국방부 국회연락단은 국회협력단이란 이름으로 다시 국회 본청에 자리 잡았다. 협력단장의 계급은 대령급에서 장군으로 높아졌다. 문제의 정 대령도 나중에 준장으로 진급했다. 1년간의 국회연락단 폐쇄는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길들이기’였다.

지난 2월 18일 국회 내에 있는 국방부 국회협력단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악어와 악어새

국회 국방위와 군의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회 국방위원들보다 군 장성들이 더 큰소리를 쳤다. 1986년 3월 21일 벌어졌던 ‘국방위 회식 사건’이라는 전대미문 사건이 그 사례다. 당시 임시국회를 마치고 육군 수뇌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서울 회현동의 요정 ‘회림’으로 초청해 폭탄주 술자리를 가졌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육군 참석자들 대부분이 하나회 소속인 신군부 쿠데타 주역들이었고, 국방위원 상당수가 여야 중진이었다.

여야 원내총무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 싸늘하게 시작된 폭탄주 술자리는 국회의원들과 군인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난투극으로 변질했다. 말이 난투극이지 많이 다친 사람들은 국회의원이었다. 참석자들은 ‘술자리의 일이니 술자리에서 풀기’로 했으나 정치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후 육군참모차장은 예편 조치됐지만, 공천을 받고 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인사참모부장은 좌천 형식을 취했지만, 나중에 중장으로 진급했다. 이 사건은 군부의 권력이 다른 권력보다 우세했던 시절의 한 단면이다.

국회협력단을 바라보는 군내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군 조직과 국회의 소통 창구로 만들어진 국회협력단을 오히려 국방위원과 보좌진들의 ‘민원 창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협력단 출신 군 간부는 “정치권의 민원의 범위는 넓은 편”이라며 “상당수 민원은 규정상으로 이행이 가능해 절차상 편의를 봐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과거 국회연락단은 사실상 국방위원들의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회연락단 장교들은 국방위원이나 보좌관들의 군 골프장 예약까지 대행했다. 심지어 국방위원의 요구로 지역구까지 군 헬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주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국회협력단은 국방부 장관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국회 국방위와 군 당국이 국회협력단을 통해 ‘악어-악어새’와 같은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군인의 토양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국방위원들의 군부대 시찰 방문과 전투기 시승 안내 등을 잘 챙겨야 유능한 국회협력단이라는 말을 듣는다. 국방위원들이 타는 헬기 배치도 잘하고, 추후 선거 홍보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도 잘 나오도록 해야 한다. 거꾸로 일부 장성급 부대장이 국회협력단에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급을 위해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불법 계엄 사태를 계기로 법적 근거가 없는 비편제 조직인 국방부 국회협력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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