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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두 달여 만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제(20일) 열린 10차 변론기일까지 16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쳤는데요. 이변이 없다면, 오는 25일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고 변론을 종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탄핵심판의 마지막 증인은 조지호 경찰청장이었습니다. 앞서 두 차례나 혈액암 투병 등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세 차례 만에 증인신문이 성사된 건데요.

조 청장은 앞서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명단 16명을 들었다"는 등의 핵심 진술을 한 인물인 만큼, 이번 탄핵 사건의 뇌관으로 꼽혀왔습니다.

■ 12·3 계엄의 밤, 경찰청장에게 걸려 온 전화들

하지만, 헌재에 나온 조 청장은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대부분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계엄 당일 안가 회동 상황을 비롯해 국회 통제나 정치인 체포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죠.

다만, 신문 과정에서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김형두 헌법재판관과의 질문과 답변 내용을 보면, 계엄 당시 조 청장이 윤 대통령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 또는 요청을 받았고 이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말에 의하면 증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증인이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였고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얘기를 했더니 대통령이 '덕분에 빨리 잘 끝났어'라고 얘기를 해서 그게 상당히 좀 뼈가 있는 말로 알아들어서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찰청장을 하냐' 이런 얘기를 박현수 국장한테 했다고 그러는데 그런 얘기 한 적이 있나요?
조지호 경찰청장: 뼈가 있다는 말은 제가 한 적이 없고요. 인간적으로 죄송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경찰청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면직 절차를 좀 밟아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제가 얘기를 했었던 겁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증인이 아까 박안수 계엄사령관한테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조지호 경찰청장: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전화를 받았는데 증인이 협조 안 해줬죠?
조지호 경찰청장: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 그리고 여인형 방첩 사령관이 전화했는데 그때도 증인이 협조 안 해줬죠?
조지호 경찰청장: 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도 계엄 당일 이 세 사람의 지시 또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윤 대통령에겐 6차례, 박 총장에겐 3차례, 여 전 사령관에겐 2차례 각각 전화를 받았다고 했는데요.

이 통화의 내용 역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는지, 국회의원 등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 등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 되는 내용들로 보입니다.

이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① '정치인 체포 명단' 불러준 여인형?…조지호 "킬 시켰다"

먼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입니다. 조 청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이른바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에서 40분쯤 걸려 온 첫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15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메모하라고 했고, 이후 한 차례 추가 통화에서 1명을 추가했다는 게 조 청장 진술입니다.

인원은 모두 16명. 가장 먼저 '이재명'을 말했고, 맨 마지막에 '한동훈'을 급하게 추가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의 이름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이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메모를 하긴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그 메모는 이미 파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검찰 진술 내용]

"제가 그 메모를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참모들에게 지시했을 텐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위 말해 '킬'을 시키고 제 책상 아래 파쇄할 종이를 모으는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저는 필요한 문서는 서랍에 넣고 책상은 깨끗하게 정리하는 편입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그제(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 ② 국회 '셧' 요청한 박안수?…조지호 "근거 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입니다. 조 청장은 박 총장으로부터 3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청은 앞서 국회에 조 청장과 박 총장이 12월 3일 밤 10시 59분, 11시 22분, 다음 날 새벽 3시 34분 등 모두 3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첫 전화는 국회에 상시 출입자들을 들여보내고 있을 때였는데 박 총장이 국회를 통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청장은 "박안수 대장으로부터 첫 번째 전화가 와서 국회를 완전히 '셧' 해달라는 말이 있었다"며 "그래서 제가 근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두 번째 전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새벽 3시가 넘어 걸려 온 마지막 전화에 대해선 "(박 총장이) 계엄 상황이 모두 끝나고 나서 군이 철수한다면서 수고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검찰 진술 내용]

"제가 근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고 나서 경찰이 우발 대비를 위해 배치된 상태에서, 국회를 출입하려는 사람들이 현장 경찰에게 문의했을 것이고 그 맥락에서 서울청장이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하여 국회 상시 출입자는 출입하게 하라고 한 것입니다."

■ ③'체포 닦달' 전화한 윤 대통령?…조지호 "특별히 조치 안 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반부터 다음날 1시 3분까지 윤 대통령에게 6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은 이 6번의 통화 모두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닦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 검찰 공소장엔 "윤 대통령은 포고령 발표 무렵부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사이에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6회 전화해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비상계엄 해제안 가결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조 청장은 이런 전화를 받고도 "특별히 조치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체포의 필요성과 혐의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검찰 진술 내용]

"그날 대통령께서도 6회 정도 비화폰으로 전화해서 체포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특별히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검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체포의 필요성'도 있어야 하고, 포고령으로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체포하려면 무슨 혐의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혐의로 체포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윤 대통령 측 , 검찰 조서 못 뒤집어…조지호 "조서·날인했다"

조 청장은 다른 증인들과 달리 그동안 국회나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증언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5일 국회 출석 당시에도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거짓 증언을 했었죠.

이 때문에 헌재에서도 계엄 당일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증언을 듣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 능력만큼은 재판정에서 다시 한번 인정됐습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았고, 피의자신문조서에 모두 서명·날인한 것은 맞는다고 답했습니다. 조서 내용이 틀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조 청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건강이 크게 안 좋았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시도를 이어갔는데요. 헌재가 조 청장의 진술과 증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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