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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눈 떠보니 극우 정당이 됐다. 중도층에서 야당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를 내다본 ‘플랜 비(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안팎 지적에 눈과 귀를 닫은 채, ‘윤석열과 극우 세력’에 당 전체가 동조화한 결과다.

지난 두 달 가까이 혼전 양상을 보이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구도가 변하고 있다. 21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두 당 지지율은 민주당 40%, 국민의힘 34%였다. 지난주 조사 때보다 국민의힘은 5%포인트가 빠지고, 민주당은 2%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국민의힘 낙폭이 조금만 커지면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는 10%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 대통령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다. 윤-한 갈등에 국민의힘 지지율도 27%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민주당 우위 구도를 조금씩 따라잡던 상황이었다. 11월 마지막 주 지지율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32%였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민의힘이 탄핵안 표결에 반대하자 두 당 지지율은 급격히 벌어졌다. 탄핵안 가결 뒤인 12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더블 스코어’(민주당 48%, 국민의힘 24%)까지 벌어졌다.

1월 들어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격렬하게 저항하자 극우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반이재명 정서에 불이 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강성 보수 목소리가 커지며 당 지지율이 반등했다. 당 지도부까지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내란동조·중국혐오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1월 둘째 주 34%로 수직 상승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후 한 달간 39%→38%→39%를 기록하며 민주당과 혼전을 벌였다.

21일 갤럽 여론조사 핵심은 중도층 움직임이다. 중도층 42%는 민주당, 그 절반 수준인 22%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중도층 37%가 민주당, 32%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한 주 사이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중도층 응답이 10%포인트 빠진 것이다.

갤럽은 “여당 지지도뿐 아니라 다음 대선 결과 기대, 대통령 탄핵 찬반 등에서도 중도층을 중심으로 여권 지지세가 소폭 약화했다”고 밝혔다. 갤럽은 그 이유로 “지난 주말 국민의힘 의원 30명이 헌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여당 내부의 탄핵 반대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막바지에 다다른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는 대통령 쪽 주장에 반하는 검찰조서 내용과 증언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 이첩 등으로 다시금 이목을 끈 명태균 사건 또한 여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중도층에서 양당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 원인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과의 거리 두기를 시도조차 못 하는 상황에서 ‘탄핵 반대’ 일변도의 단선적 메시지만 내놓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국민의힘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중도층 이탈 우려가 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당의 ‘탄핵 반대’ 이미지를 바꿔 중도층 공략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탄핵 반대 동조 정당 이미지로는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중도층을 끌어들일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윤 대통령 탄핵 기각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특위 차원에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파면)됐을 경우 대응 전략은 별도로 준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갤럽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침묵하는 다수 유권자와 시민들이 지금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갤럽 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은 60%, 반대 의견은 34%였다. 지난주보다 찬성은 3%포인트 늘었고, 반대는 4%포인트 줄었다. 이준호 대표는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적나라한 모습이 노출되며 탄핵을 반대하는 집단의 외곽층에서 이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도발적 규정으로, 국민의힘의 정치적 좌표는 졸지에 오른쪽 끝으로 더 밀렸다. 국민의힘이 연일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때리는 이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1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사기” “양다리 걸치는 기회주의”라고 비난했다. 전날에도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베끼기” “훔친 장물”이라고 했고,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중도보수로의 위장전입”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민주당은 중도보수, 국민의힘은 극우보수”라는 이 대표 발언은 당장 정당 지지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갤럽 조사에서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이들 가운데 74%가 국민의힘을 지지했고, 9%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주 조사 결과(국민의힘 78%, 민주당 10%)와 큰 차이는 없었다.

갤럽 여론조사는 18∼20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4.1%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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