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 ‘우리 당은 중도우파’ 발언 소환
전통 지지층 동요 막고 이재명 지원 사격 의미
“두 사람의 중도보수 성격은 다르다” 반론도
전통 지지층 동요 막고 이재명 지원 사격 의미
“두 사람의 중도보수 성격은 다르다” 반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중도보수 정당 논란이 커지자 친이재명(친명)계는 일제히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도보수를 지향했다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주창하는 중도보수의 결이 다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은 20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출마 전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정당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은 엄격하게 보면 중도보수”라며 “김 전 대통령도 우클릭해서 집권을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극단적 보수나 극단적 진보를 중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 대표가 잘하고 있고, 그것이 김 전 대통령의 길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다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11월 15대 대선 토론회에서 “세계 모든 진보 정당이 이제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밝힌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 대표를 지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기사를 언급한 뒤 “중도우파 혹은 중도보수 이야기는 민주당 전통에서 없었던 바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역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과거 발언도 재조명됐다. 강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신문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 비교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정당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며 “해당 기사의 제목은 ‘우리 당은 보수다’라고 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친명계와 당 지도부가 김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발언을 소환한 배경엔 민주당 전통 지지층 이반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수도권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생각이 이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론’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진보는 ‘빨갱이’라고 치부되던 시절”이라며 “김 전 대통령 본인도 ‘빨갱이 프레임’에 고생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국민에 심어줬어야만 했고, 중도보수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김 전 대통령 과거 발언을 근거로 중도보수 정당을 정당화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밝혔다.
비명계 비판도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 전 대통령도 진보적 가치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도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여지는데 우리가 보수라는 사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자칫 잘못하다간 진보 섹터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효과를 의도치 않게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