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인, 사업부 직원에 보낸 이메일서 밝혀
플래그십 제품 동시 생산 등 상황 쉽지 않아
웃도는 이익에도···월별론 흑자·적자 오갈 것
플래그십 제품 동시 생산 등 상황 쉽지 않아
웃도는 이익에도···월별론 흑자·적자 오갈 것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겸 사장
[서울경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설계 사업의 수장인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이 최근 경영 상황에 대해 “뿌리를 가꾸고 비바람에 대처해야 하는 시기”라며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애사심을 주문했다.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개발 지연으로 두 개의 플래그십 제품을 한번에 양산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감을 피력한 것이다. 박 사장은 그러면서도 센서 사업이 흑자전환하는 등 사업부 이익이 예상보다 늘었다며 긍정적 측면도 환기했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박 사장은 이번 주 시스템LSI사업부 직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격려했다. 박 사장은 우선 핵심 사업인 시스템온칩(SoC)과 관련해 “현재 두 개의 플래그십 제품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짚었다.
회사는 올 해 초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최신 모바일 AP인 엑시노스2500 개발에 매진해 왔으나 불발됐다.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사 퀄컴의 제품이 갤럭시 S25에 전량 탑재됐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현재 최정예 인력을 투입해 엑시노스2500과 갤럭시S26 탑재를 겨냥한 차세대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 해 사업부 실적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사업부 이익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 이라며 “사업부 전체로 보면 월별로 흑자와 적자를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다만 센서 사업이 흑자로 전환했고 SoC 사업 적자 폭도 개선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뿌리를 다지고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지만 제 때 물 주고 비바람에 대처해 나가면 미래에는 햇살이 가득한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이라며 “그래도 시작이 좋다. 계속 좋은 모습을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구성원에 애사심과 책임감을 주문하면서 소설 어린왕자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그가 말한 대목은 스스로 길들인 장미가 왜 특별한 지에 관해 어린왕자와 여우가 대화하는 내용이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들인 시간만큼 장미가 소중해지는 것이라며 마음을 다해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수장이 교체되는 변화 속에도 현직을 유지했다. 재신임을 얻은 박 사장의 최우선 목표는 SoC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차세대 엑시노스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해 최대 공급처인 갤럭시S 시리즈를 다시 잡아야 한다. 또한 중저가 중심에서 최선단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모바일 AP 1위업체 미디어텍을 견제하고 퀄컴 제품과 품질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