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 보수”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당내에선 “충격적인 언어도단”이라는 반대 의견과 “잘하고 있다. 김대중의 길”이라는 두둔이 맞붙는 모양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20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 “중도 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는데 ‘우리가 보수다’라는 사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우리 사회에) 진보 영역이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게 확인돼야 중도로 가든 보수로 가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다간 (당내) 진보 섹터(영역)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효과를 의도치 않게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제가 알고 겪은 민주당은 한순간도 보수를 지향한 적이 없다”며 “이 대표의 말이 충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역사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축적”이라며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는 건 어색하다. 원래 우리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이재명 대표”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전날 밤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의 망언은 철학도, 역사도, 기본 이념도 없는 정치적 수사”라며 “당장 보수 정당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 실언이라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 안에선 이 대표 말이 틀리지 않다고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했다. 항상 중도 개혁을 표방한 중도 보수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 이 대표가 약간의 우클릭을 하는 건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말은) 진보적 가치를 버린 적은 없다(는 뜻이다).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도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라며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가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