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를 향한 시중은행의 구애가 뜨거워지고 있다.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 거래소가 은행들의 고객 유치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으로 떠올라서다. 제도권 금융에 끼지 못했던 암호화폐 거래소와 전통 금융의 핵심인 은행의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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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7년 손잡은 NH 대신 KB로 갈아타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양강’ 중 하나인 빗썸은 다음 달 24일부터 ‘실명 계좌 입출금 계정 서비스’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한다. 2018년 시행한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에 따라 암호화폐를 사고팔려면 은행 실명 인증 계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빗썸은 지난 7년간 줄곧 NH농협은행을 통해서만 실명 계좌를 텄지만, 이번에 전격적으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탔다.
원래 암호화폐 거래소는 실명 인증을 해줄 은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거래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은행도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 입장이란 점도 은행이 선뜻 거래소와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업비트와 3위인 코인원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업비트)·카카오뱅크(코인원)와 제휴해야 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 인증을 제공했던 곳은 신한은행(코빗)·NH농협은행(빗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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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예치금, 2030 고객 확보…귀한 몸 된 거래소
빗썸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바꾼 것은 최근 180도 역전한 거래소와 은행의 위상 변화를 상징한다.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은행에 계좌를 만들거나, 거액의 예치금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다. 이젠 업계 1위 은행까지 나설 정도로 대형 거래소 확보가 중요해졌다.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예치금은 지난해 1월 5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656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예치금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은행이 실적 쌓기에 유리하다. 또 암호화폐 특성상 미래 고객인 20·30대의 계좌 개설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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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계좌 허용에 하나·우리은행 업비트 쟁탈전?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와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3500여 곳에 암호화폐 계좌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판도는 더 급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개인은 물론 법인 고객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면서, 대형 거래소 유치가 은행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 때문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못한 하나·우리은행이 업계 1위 업비트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비트는 올해 10월 말 케이뱅크와 5년간 맺은 실명 계좌 서비스 계약이 끝난다. 특히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업비트는 하나 인증서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추가하는 등 간접적 제휴를 늘리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시장·규제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하나은행 측은 “현재 업비트와 실명 계좌 제휴 위한 어떤 논의도 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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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1거래소-1은행 체제가 독과점 부추겨”
암호화폐 거래소 유치를 위한 은행의 경쟁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주요 은행이 소수 대형 거래소와 제휴를 강화할수록 이들 거래소의 시장 독점력이 더 공고해질 수 있어서다. 독점 구조가 고착화하면 수수료나 서비스 경쟁이 줄면서 소비자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이들이 예치금 금리 등에서 은행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는 ‘역갑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의 ‘1거래소-1은행 체제’가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1개의 은행을 통해서만 실명 계좌를 제공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법상 제휴 은행 수 제한은 없지만, 여러 은행이 하게 되면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은행 한 곳만 제휴가 가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거래소를 모시기 위한 은행의 경쟁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소 선두업체에 대형 은행을 뺏기면 고객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1은행 체제에서 주요 시중은행이 업비트·빗썸 등 대형 거래소만 제휴를 맺으면서 중소 거래소는 고객 유치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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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7년 손잡은 NH 대신 KB로 갈아타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양강’ 중 하나인 빗썸은 다음 달 24일부터 ‘실명 계좌 입출금 계정 서비스’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한다. 2018년 시행한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에 따라 암호화폐를 사고팔려면 은행 실명 인증 계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빗썸은 지난 7년간 줄곧 NH농협은행을 통해서만 실명 계좌를 텄지만, 이번에 전격적으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탔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 뉴스1
원래 암호화폐 거래소는 실명 인증을 해줄 은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거래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은행도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 입장이란 점도 은행이 선뜻 거래소와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업비트와 3위인 코인원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업비트)·카카오뱅크(코인원)와 제휴해야 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 인증을 제공했던 곳은 신한은행(코빗)·NH농협은행(빗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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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예치금, 2030 고객 확보…귀한 몸 된 거래소
빗썸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바꾼 것은 최근 180도 역전한 거래소와 은행의 위상 변화를 상징한다.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 은행에 계좌를 만들거나, 거액의 예치금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다. 이젠 업계 1위 은행까지 나설 정도로 대형 거래소 확보가 중요해졌다.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예치금은 지난해 1월 5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656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예치금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은행이 실적 쌓기에 유리하다. 또 암호화폐 특성상 미래 고객인 20·30대의 계좌 개설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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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계좌 허용에 하나·우리은행 업비트 쟁탈전?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와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3500여 곳에 암호화폐 계좌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판도는 더 급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개인은 물론 법인 고객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면서, 대형 거래소 유치가 은행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의 모습. 뉴스1
이 때문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못한 하나·우리은행이 업계 1위 업비트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비트는 올해 10월 말 케이뱅크와 5년간 맺은 실명 계좌 서비스 계약이 끝난다. 특히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업비트는 하나 인증서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추가하는 등 간접적 제휴를 늘리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시장·규제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하나은행 측은 “현재 업비트와 실명 계좌 제휴 위한 어떤 논의도 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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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1거래소-1은행 체제가 독과점 부추겨”
암호화폐 거래소 유치를 위한 은행의 경쟁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주요 은행이 소수 대형 거래소와 제휴를 강화할수록 이들 거래소의 시장 독점력이 더 공고해질 수 있어서다. 독점 구조가 고착화하면 수수료나 서비스 경쟁이 줄면서 소비자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이들이 예치금 금리 등에서 은행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는 ‘역갑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의 ‘1거래소-1은행 체제’가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1개의 은행을 통해서만 실명 계좌를 제공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법상 제휴 은행 수 제한은 없지만, 여러 은행이 하게 되면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은행 한 곳만 제휴가 가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거래소를 모시기 위한 은행의 경쟁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소 선두업체에 대형 은행을 뺏기면 고객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1은행 체제에서 주요 시중은행이 업비트·빗썸 등 대형 거래소만 제휴를 맺으면서 중소 거래소는 고객 유치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