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지난달 20일 사고 발생 3년 만에 내려졌다. 법원은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가현건설 양측에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에게 최고 4년을 선고했으나, 경영진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재시공 중인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연합뉴스
사상자 7명(사망 6명, 부상 1명)이 나온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이 본격화하고 있다. 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법적 다툼을 이유로 3년 이상 행정처분을 미뤄왔으나, 지난달 1심 선고 결과가 나오면서 3월 중 행정처분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 본사가 서울에 있어 처분 권한이 없는 광주시는 서울시에 엄정한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입주예정자협의회는 과중한 행정처분이 입주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19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현산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847세대 중 760세대가 동의했다.
협의회는 “사고에 따른 법적 처벌은 마땅하나 철거 뒤 재시공이라는 약속을 현산이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의 안전성이 필요하다”며 “장기간 영업정지 등 과중한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그 여파는 입주예정자의 입주일정이나 아파트 품질에도 나쁜 영향이 있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주예정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헤아려 과중한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도록 선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2022년 1월 11일 현산이 시공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는 최상층부인 39층에서 23층까지 차례로 붕괴하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숨졌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현산의 등록 말소시키거나 영업정지 1년 이내의 처분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법정 공방으로 현산의 과실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며 행정처분을 미뤄오다 최근 1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오자 행정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0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현장소장 등에 최고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원·하청 경영진인 전 대표이사 등 3명과 콘크리트 품질을 관리하지 못한 현산 관련자 3명 등 6명은 무죄를 받았다.
광주시는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가 현산의 책임을 명확히 해 건설업계 전반에 안전 의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엄정한 행정처분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가족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분들이 현산이 좋아서 그렇겠나”라며 “그분들의 생존과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3월 중 현산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 권고대로 영업정지가 이뤄지면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 사업의 계약 체결·입찰 참가 등이 제한된다. 다만 영업정지 처분 이전에 이미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현장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화정아이파크 재시공은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현산의 수주 경쟁력, 재무적 부담 등이 불가피해 협의회는 경영상 문제로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강한 처분이 나오면 현산은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 선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