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활용해 ‘집권당 존재감’ 부각
현직 국무위원 잠룡에 ‘무대 마련’
이재명 성장·경제 담론에 ‘견제구’
현직 국무위원 잠룡에 ‘무대 마련’
이재명 성장·경제 담론에 ‘견제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이 19일 기준으로 이달에만 6차례 당정협의회를 여는 등 ‘당정 몰아치기’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여당의 의미가 약화한 상황에서 당정을 활용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현직 국무위원인 차기 대선 주자에게 ‘무대’를 마련해주려는 다목적 포석으로도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반도체특별법·경제 분야 민생 대책 점검, 7일 비경제분야 민생대책 점검, 10일 K-방산 수출 지원, 17일 학교 안전 강화, 18일 AI 경쟁력 강화 등을 주제로 이달 들어 총 6번의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오는 21일에는 항공기·선박 사고 재발방지책을 모색하는 당정협의회가 예정돼있다.
당정의 국정 현안 논의는 통상적인 과정이다. 최근 잦은 당정협의회에는 이에 더해 탄핵 정국으로 코너에 몰린 국민의힘의 처지와 돌파 전략이 녹아있다. 그간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운영의 한 축인 집권여당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무라는 것이다.
당정협의회를 정치적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여전히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집권여당이란 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뜻도 담겼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성장·경제 담론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보수 집권당으로서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관계부처 장·차관을 국회로 불러 모으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공직 사회에 대한 여당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면도 있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정부의 동해 가스전 탐사 개발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발표할 당시 여당이 이를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것은 탄핵 정국에서 ‘느슨해진 당정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비공개 당정 회의에서 공직자들에게 “너무 드러눕지 말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 발언을 “민주당에게 줄 서지 말라고 단속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무위원인 차기 대선 주자에게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일 반도체특별법·경제 분야 민생 대책 점검 당정협의회 참석차 국회에 와 처음으로 탄핵·조기대선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기자들에게 “(조기대선 출마는) 전혀 검토한 적 없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고려한 정치적 의사 표시로 해석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문수 노동부장관 등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