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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937명당 1곳꼴…‘유통 왕좌’ 노리는 편의점의 모든 것 경제+ 1982년 롯데쇼핑이 서울 약수시장에 세븐일레븐 1호점을 열었다. 한국 최초의 편의점이다. 성적은 초라했다. 2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은 생소한 공간이었고, 동네상권은 구멍가게가 꽉 잡고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골목마다 없는 곳이 없다 전국에 5만5194곳(지난해 말 기준), 국민 937명당 1곳꼴이다. 한국의 편의점은 현대식 편의점의 시초인 일본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시작했지만 점점 한국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내면서 성장해왔다. 그 결과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 대장’이던 대형마트를 2021년 매출로 누르더니 이제 백화점 턱밑까지 추격하며 ‘유통 왕좌’를 노린다. 한국의 편의점, 앞으로도 계속 잘나갈까. 한·일 대표 편의점을 통해 유통의 미래를 살펴봤다.
1982년 이후 43년만…‘유통 킹’이 코앞
본격적으로 편의점 시대가 열린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1989년 럭키금성(현 LG) 그룹 계열인 희성산업이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GS25(옛 LG25) 1호점을 열었다. 동네 수퍼가 문 닫았을 때나 찾는, 24시간 운영하는 ‘미니 마트’라는 콘셉트였다. 구멍가게에 밀렸던 편의점이 35년만에 유통 왕좌를 노리기까지 몇 번의 퀀텀점프가 있었다.

① ‘편의점 데이트’ 시작은 ‘질투’=편의점이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건 1992년 TV 드라마 ‘질투’를 통해서다. 당시 시청률 40%선이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최수종·최진실이 극중에서 편의점에 들러 라면·김밥을 먹고 컵콜라를 마시며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후 편의점은 단숨에 젊은 세대가 찾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떠오르며 ‘라면 데이트’ 발길이 이어졌다. 1989년 1개였던 점포는 1996년 1000개로 늘었다.

박경민 기자
② 외환위기 땐 삼각김밥 인기=프랜차이즈 형태로 점포를 늘린 편의점은 예비 퇴직자들의 1순위 창업 메뉴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명예퇴직자가 대거 쏟아지자 편의점 창업에 도전한 ‘생계형 사장님’도 크게 늘었다. 1995년 1000개였던 편의점은 2003년 5000개로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갑이 얇아진 젊은이들이 즐겨 찾던 삼각김밥의 시초도 1999년 편의점 매대였다. 삼각김밥은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③ 금융위기 시절 편도·편맥 부상=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편의점 런치족’이 급증했다. 편의점에서 2500원짜리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직장인들이었다. 거창한 회식 대신 ‘편맥’(편의점+맥주)을 즐기는 수요도 늘었다. 2018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 유통 규제가 대폭 풀리자 편의점에서 마시는 ‘편맥’(편의점+맥주)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④ 코로나19, 5060도 ‘슬세권’에 푹=전 국민이 집 안에 꽁꽁 묶여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편의점은 존재감이 훌쩍 컸다. 코로나19 엔데믹에도 소비자들은 슬세권(슬리퍼+역세권) 편의점을 계속 찾는다. 지난 2년간 50~60대의 편의점 매출은 20% 증가했다. 코로나 국민지원금 사용처로 지정된 것도 편의점 성장을 거들었다.

편의점의 미래? 일본 ‘콘비니’
현재 편의점은 거의 모든 제품·서비스를 취급하는 ‘만물상’이 되고 있다. 명품 지갑이나 팔찌부터 에어팟이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까지 판다. 택배 대행에 세탁물 수거, 은행 업무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미래 소비자들도 확보했다. 유치원 때부터 편의점에 다니던 아이들은 편의점 키즈, 편의점 청소년으로 컸다. 이들을 계속 붙잡을 만한 다음 스텝, 편의점은 준비하고 있나.

정근영 디자이너
편의점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일본은 빼놓을 수 없다. 편의점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1970년대 일본에서 확 컸다. 미국 세븐일레븐은 1974년 일본에 진출하며 현지화 전략으로 간단한 도시락이나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현대식 편의점의 시초로 꼽힌다. 일본 편의점들은 요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콘비니’(convenient store)로 불리는 일본 편의점들은 초고령사회에 맞춰 주요 수요층이나 운영 방식도 조정했다.

① 편의점서 옷도 판다=일본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연간 매출은 지난 4년 연속 증가세로, 지난해 기준 11조7953억 엔(약 112조원)에 달했다. 훼미리마트는 2021년 디자이너와 협업해 자체 편의점 의류 브랜드인 ‘컨비니언스 웨어’를 론칭, 양말·손수건·티셔츠 등을 팔고 있다.편의점 체인 로손도 2022년부터 무인양품 의류를 판매하다가 최근 양말·손수건을 내놨다.

박경민 기자
생활 편의 서비스의 범주는 한국보다 훨씬 넓고 많다. ATM·택배·공과금·복사는 물론이고 콘서트·전시회·영화·놀이공원 티켓 판매, 증명사진 출력, 호적증명서 발급, 엽서 인쇄 등으로 다양하다. 로손은 헬스케어 특화 편의점 ‘케어 로손’을 도입했는데 간병·간호·영양 상담을 제공해 노인들이 쉼터처럼 이용한다.

② ‘아바타 직원’ 뽑는 편의점=최근 로손은 해외 거주자를 원격 직원으로 점포에 채용했다. 아바타 개발업체인 일본 아비타와 제휴를 맺고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28곳 매장에서 ‘아바타 점원’을 두는 서비스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아바타 점원은 편의점을 찾은 고객에게 무인 계산대 사용법 등을 모니터를 통해 알려주는데 실제 직원은 수천㎞ 떨어진 스웨덴에 산다.

이들은 고객이 셀프 계산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 빠르게 대처한다. 고객이 모니터에 “요즘 가장 인기있는 디저트는 뭐야”라고 말을 걸면 “반숙 카누레를 많이 찾는다”고 일본어로 답해주는 식이다. 로손은 브라질·뉴욕 등에 거주하는 원격 직원을 채용해나갈 계획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③ 시니어 특화 매장, 한국에도 나올까=이런 일본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일까. 딜로이트는 최근 ‘편의점의 진화’ 보고서에서 “인건비 증가 등에 대응, 결국 운영비 절감을 위한 무인 점포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직원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노령층을 노린 특화 매장은 한국 편의점 산업에도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경석 한국편의점협회 팀장은 “규모가 큰 특화 매장 일부를 사랑방처럼 꾸며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챙겨주고 쉼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해볼 만하다”며 “일본의 ‘개호 편의점’처럼 국내 편의점이 위기 가구 발굴 같은 공적인 역할을 하고, 상권 소멸 지역에서 ‘이동식 편의점’이 만물상 트럭같은 역할을 하는 식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는 한·일 편의점, 가는 길이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편의점 기업들은 모두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내수는 포화 상태라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 한국 기업들이 유통 인프라가 취약한 아시아 국가를 주로 공략한다면, 일본은 북미를 정조준했다.

① 중앙아시아의 CU, 베트남의 GS25=한국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몽골(451곳)과 말레이시아(149곳), 카자흐스탄(24곳)에서 620여 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진출 이후 몽골 매출은 연평균 12%씩 는다. GS25도 베트남(355곳), 몽골(270곳) 등지에 점포 620곳이 있다. 베트남 매출액은 2018년 30억원에서 2023년 855억원 수준으로, 5년새 30배 늘었다. 몽골 매출도 2021년 42억원에서 2023년 721억원으로, 20배 성장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24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② 일본, ‘QSR’ 스타일로 북미 공략=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지난해 11월 “2027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세븐일레븐 매장 500개를 열겠다”고 밝혔다. 북미 신규 매장은 ‘퀵 서비스 레스토랑’(QSR) 방식이다. 음식을 강화하고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 등을 같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음식을 주문해서 매장에서 먹거나 포장해갈 수 있는 방식이다. 이사카 류이치 세븐앤아이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기회가 온다면 적극 인수·합병(M&A)도 고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젠슨황·딥시크 날고 기어도…손정의, AI 최종병기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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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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