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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국회의원 등 체포조를 꾸렸다는 의혹을 받는 방첩사령부가 계엄 다음날부터 관련 수사에 대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습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선포 다음 날 오전 주요 직위자 회의를 소집해 '수사 대비 조치'를 주문했다는 진술을 복수의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습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어제 일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중에 수사에 대비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해야 하겠다"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명단을 하달해서 이송이나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고 맹목적으로 출동을 했다고 진술을 해줄 수 있는 부대원들 몇 명에게 그렇게 내용을 정리해서 메모하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명단은 아예 없애서, 없는 걸로 해라"라는 말을 했다는 게 김 전 단장 진술입니다.

■ 방첩사 간부 작성 메모 확보…리스크 1번은 '신병 확보 명단'?

KBS는 수사를 대비한 정황이 담긴 방첩사 간부의 메모도 단독 입수했습니다. 군검찰은 지난해 12월 방첩사 간부의 책상에서 이 같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이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계엄 하루 이틀 뒤 여인형 전 사령관이 말한 부분을 메모해 놓은 것"이라며 "여 전 사령관이 말한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방첩사 간부의 자필 메모. 비상계엄 이후 수사에 대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메모를 보면, 위험 요소를 뜻하는 '리스크(Risk)'는 두 가지로 제시돼 있습니다. ① 명단 : 신병확보, ② 4개소 장관님 지시입니다.

이 간부는 "사령관이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병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라고 했다"며 메모의 의미를 검찰에 설명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 본인도 계엄 당일 방첩사의 군사행동 가운데 '정치인 체포조'를 운용한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 보고 대응책을 고심한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4명의 명단을 제공하거나, 이 사람들을 체포하라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사실은 여기서 말씀드릴 게 아니라 더군다나 저는 형사 피고인입니다. 형사 재판에서 아주 엄격하게 다뤄야지 여기서 예, 아니오의 단문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을 제가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굉장히 다른 증언들이, 진술들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메모를 작성한 간부는 두 번째 리스크 항목에 대해선 "여 전 사령관이 선관위 등 4개소 투입은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된다고 해 그 의미로 적시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메모에는 이 밖에도 '압수수색 대비 체크리스트'로 컴퓨터 교체를 검토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 "1안은 명단 비공개, 2안은 명단 공개"…여인형, 증거인멸 고심 정황

여 전 사령관이 '정치인 체포조' 운용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이 "1 안은 명단은 감추고 나머지는 공개하는 방안이고, 2안은 다 공개하는 방안인데 뭐가 낫겠냐"고 자신에게 물어봤다고 진술했습니다.

관련 수사에 대비하려면, 이른바 '체포 명단'만큼은 감춰야 한다는 인식이 드러난 셈입니다.

김 전 수사단장은 "제가 2안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14명의 명단이 있고, 그 명단에 대해 숨길 수가 없으니,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방첩사 중간 간부들이 이재명·한동훈 등 정치인 체포 명단을 파기하라는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위법하다", "따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명단은 보존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여인형 측 "신병 확보 위한 출동 부분을 부담스럽게 생각"

이 같은 증거인멸 정황에 대한 KBS의 질의에 여 전 사령관 측은 "일종의 사후 분석을 한 것"이라며 "신병 확보를 위한 출동 부분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여 전 사령관 측은 "수사단장이 방첩사는 절대 직접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면서도 "여전히 그런 행위의 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는 의미로 쓴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정치인 체포조' 운용은 향후 여 전 사령관 등의 형사재판은 물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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