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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 회원들이 지난 15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보수 우파 정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광화문 집회와 별도로 매 주말 전국을 순회하며 수만 명 군중집회를 열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이하 세이브코리아)’가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부산역 집회(1만3000명)에 이어 8일 대구 동대구역에 5만2000명을 동원한 데 이어 15일엔 5·18 민주화 항쟁의 상징인 광주 금남로에 ‘윤석열 탄핵 반대’ 깃발로 3만 명을 결집해 내면서 일회성 동원이 아님을 입증했다. 새로운 보수 정치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까지 모으는 세이브코리아의 실체를 해부했다.



‘장·감·성·침’ 주류 교단 출신 세이브코리아…비주류 전광훈과 차이
세이브코리아의 중심엔 손현보(63)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가 있다. 손 목사는 개신교 내 정통파 목사다. 고신대를 졸업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예장 고신) 소속으로 교육부 비인가 신학교를 졸업해 비주류를 자처한 전 목사와 다르다.

차준홍 기자

손 목사는 2015년부터 퀴어 축제, 동성애·동성혼 반대 운동을 벌여온 개신교 단체 ‘거룩한 방파제’와 함께 지난해 10월 27일 ‘한국 교회 200만 연합예배’ 집회(10·27 집회) 공동 대회장을 맡아 주도했다. 이 반(反)동성애 조직이 두 달여 뒤인 지난달 3일 세이브코리아준비위원회 출범의 주축이 됐다. 거룩한 방파제 사무총장 출신이자 세이브코리아 준비위원장인 홍호수 목사(예장 백석)는 “대통령 탄핵, 구속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개신교인들이 국가를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로 모인 말 그대로 기도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예배의 목표는 동성혼·차별금지법 제정 저지와 200억원 후원금 모금이었다. 뉴스1

동성애 반대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근본주의 교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고리로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들인 ‘장감성침’(장로·감리·성결·침례) 소속 일부 대형 교회 신도들이 참여한 게 군중 동원력의 비결로도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감리교회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금란교회(출석교인 4만 명 추정), 예장백석 소속 수원명성교회(7000명 추정), 예장통합 소속 고양일산제자광성교회(3000명 추정)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1945년 북한의 종교 탄압으로 월남한 목사들이 영락교회 등 한국 개신교계를 이끈 전통에 기반한 반공주의 역시 또 하나의 배경이다. 집회에서 “종북 좌파가 집권하면 교회를 없앨 것”이란 주장이 거듭나오는 이유다. 유만석 수원명성교회 목사도 “보수 교단이 아무래도 애국심과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열성이 뜨겁다”고 했다. 실제 연사인 김정민 금란교회 목사는 15일 광주에서 “종북, 종중, 주사파, 공산주의 세력을 다 드러내고 멸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디모데 기독교회복센터 소장은 “보수 개신교인들은 북한을 무너져야 한다는 반공 사상에 더해 야당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성경이 금지하는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건 배후에 사탄 마귀가 있다는 믿음이 공고하다”고 해석했다.



‘정치화’ 비판에 손현보 “자유민주 무너지면 교회도 없어져”
근본주의 교리와 교인만으로 반탄 집회마다 수만 명 동원이 가능하진 않았다.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인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3차 기도회부터 한국사 일타강사로 유명한 ‘온건 반탄론자’ 전한길씨, 80만 유튜버 그라운드씨(본명 김성원)가 강연자로 합류하면서 비기독교인, 2030 세대 등이 참가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씨는 “전광훈 목사의 과격 폭력 옹호 발언엔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15일 국회 앞 기도회에 참석한 이모(57)씨는 “교회 안 다니는 남편이 전한길 선생님 보러 가자고 해서 처음 왔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권모(24)씨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전한길 강사님 영상이 나와 세이브코리아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지난 15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손 목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합법 계엄, 윤석열 복귀” 구호 등을 보면 사실상 종교가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데 대해 “정치와 정책이 교회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떻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될 수 있는가”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면 교회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독재를 막아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기에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아스팔트 우파’ 주도권을 놓고 전 목사와 경쟁 구도가 부각된 데 대해선 “각자 취향에 맞는 집회에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하면 자유 우파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개신교계가 세이브코리아에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 10·27 연합예배엔 이름을 올렸다가 세이브코리아엔 ‘정치적 문제’라며 참여하지 않는 초대형 교회들도 있다. 10·27 집회 연사로 나섰던 한 목사는 “차별금지법 집회 때 인연으로 부탁받아 간 것일 뿐, 손 목사의 정치적 표현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신교가 마치 극우로만 비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계 원로로 꼽히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도덕, 종교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교회가 판단하고 앞장서는 건 옳지 않다”며 “기독교가 표방하는 자기희생적 가치를 뒤로하고 우리만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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