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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윤석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윤석열이 무너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던 국회는 특전사가 전기를 끊었다. “지시한 적 없다”던 체포 명단이 방첩사에서 나왔고, 야구방망이 든 정보사는 “선관위 점검 나간” 게 아니었다. 내란 수괴 궤변을 수하의 계엄군이 다 탄핵했다. 그 증거 촘촘한 검찰 공소장을 향해 윤석열이 “달 그림자 쫓는다” 했다. 술 고픈 감방에서 달밤에 허깨비라도 본 건가. 웃고 만다.

완연히, 탄핵 판도 대선 판으로 넘어간다. 보수에서도 윤석열 버리고, 그 정치에너지는 취하며, 그 후를 골몰하는 눈이 늘었다. 국민의힘·극우 동조에 중도가 등돌린다는 뉴스가 보수신문 1면에 등장했다. 윤석열을 영웅시하고 부정선거 망상에 빠진 우극단이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됐다는 경계다. 실기한 여당은, 아니 극우에 잠식된 여당은 오늘도 갈팡질팡이다.

보수의 대선은 세 묶음이다. 탄핵 반대파(김문수·홍준표), 탄핵 찬성파(오세훈·한동훈·유승민·안철수), 개혁신당 이준석이다. 세 틀은 홍준표(친박)·안철수(비박)·유승민(탈박)이 나선 2017년 대선 재판이다. 어느 논객이 ‘셋을 합친 52%면 문재인을 꺾었다’고 썼다. 가능성일 뿐, 착시다. 길 다른 대선주자가 ‘1+1’ 합쳐도 지지층은 ‘2’가 되기 어렵다. 탄핵 반대·찬성파는 편싸움하고, 각 파에선 서로 대장되려 할 게다. ‘윤석열 탄핵’과 ‘극우’를 보는 저마다의 출사표가 나온 그 날부터, 보수 열전은 시작된다.

우력해진 ‘5월 대선’의 키는 이재명이다. 진보도 비명계도 보수도 예외없다. 한국 정치는 그를 쟁론하며 날이 새고 진다. 이재명도 각오했을 게다. 한국갤럽(2월 둘째주) 조사가 흥미롭다. 이재명은 정치지도자 선호도 34%(정치관심층 39%), 대통령감 지지율 41%, 정권교체 지지율 51%였다. 반대로, 그를 ‘절대 지지 안한다’도 41%였다. 적극 지지층이 가장 두텁고, 비토층도 많고, 진보·중도에서 주저·유보자를 품으면 이긴다는 셈이 보인다. 19·20대 대선투표율(78%)에 견줘 유력 주자지만, 이재명도 ‘마의 50%’는 장담할 수 없다. 답은 포용과 확장이다. 마른수건 짜듯 넓히고, 낮추고, 손 내밀라는 정치원로들의 말 대로다.

그 점에서, 이재명의 강한 팬덤도 거듭나야 한다. 2000년 ‘노사모’는 경쟁자 험담과 잘난 체 없기로 유별났다. 모든 빛과 시선이 노무현을 향하도록 절제했다. 대선 앞 팬클럽은 그래야 한다. 이재명과 조국과 야권의 주요 정객들은 공통점이 있다. 성공했다면, 군 벙커나 접경지·섬으로 잡혀갔을 내란을 막아 준 국민에게, 정치 생명을 빚졌다. 그 절박함으로, 실패한 2017년 촛불연대를 넘어, 2025년 헌정수호연대를 세워야 한다. 이재명의 리더십에 달렸다.

자서전에서, 이재명은 호미질(성남시장)·쟁기질(경기지사) 했고 트랙터(대통령)를 몰고 싶다고 했다. 성남에선 청년배당과 무상교복·산후조리, 경기도에선 계곡 정비·지역화폐·싼 배달앱을 싹 틔운 행정가였다. 민주당 강령에선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1주택을 뺐다. 도그마보다 생활진보를 좇는 정치였다. 대선 깃발 ‘흑묘백묘 실용’도 그 15년 정치의 귀착일 게다. “회복과 성장” 컨셉은 잘 잡았다. 여야 가릴 것 없다. 내란까지 짓누른 경제·민생의 활력부터 찾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자산·소득이 양극화된 세상엔 성장 낙수(落水)가 멀리 흐르지 않는다. 반도체특별법·국민연금 논쟁서 보듯, 노사·지역·세대간 이해 조정은 불꽃 튄다. 국가가 풀어야 한다. 사람들은 좋아서, 상대가 싫어서, 필요해서 투표한다. 세번째 물음은 이재명도 답해야 한다. 어떤 성장인지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어지러이 눈밭 걸은 윤석열의 3년, 그 끝이 시리다. 편의점엔 점심값 아끼려는 줄이 길다. 대학가엔 등록금·하숙비 치솟고 취업 막힌 한숨이 끝없다. 비상계엄 있기 전, 5300여 대학교수 시국선언이 고발하고 거부한 게 민생 뿐인가. 의료대란이 1년 넘고, 남북 대화 끊기고, R&D 흔들리고, 검찰국가엔 뉴라이트 꽃도 피었다. 개헌도 피할 수 없다. 또다시 짓밟힌 헌법은 좁고 낡았다. 세상엔 집권시 행정·입법을 주도할 ‘민주당 포비아’도 엄연히 있다.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이재명도 대선 길목엔 구속력있게 ‘분권형 개헌’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월의 꽃샘추위가 길다. 사람들에겐 내란 끝나고, 대선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진정한 봄이다. 그 대선 X축엔 윤석열이, Y축엔 이재명이 선봉에 설 게다. 3번째 대선에서, 이재명은 이재명을 넘을까. 보수 대권주자는 윤석열을 넘을까. 늦봄 5월, 인수위 없이 국정·인사를 시작할 또 한번의 대선 판이 열린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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