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성창경·서정욱TV 3개 보수 유튜브
"종북세력 문제" 불법계엄 담화와 똑 닮아
明, 고성국에 '尹 도리도리 해명' 부탁 정황
"종북세력 문제" 불법계엄 담화와 똑 닮아
明, 고성국에 '尹 도리도리 해명' 부탁 정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가스라이팅(심리지배)을 시도할 때 보수 성향 유튜브 '고성국TV' 등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국TV'는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도리도리' 습관에 대한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영상 제작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채널이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는 영상이다. 참고하라"는 말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는 보수 성향 유튜브 영상을 매주 수차례씩 보냈다는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보수 유튜브 영상을 전달하면 김 전 장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다시 영상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유튜브 추천을 뿌리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2023년, 자신의 준장 진급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진급 이후 김 전 장관에게 끌려다녔고 결과적으로 불법계엄 가담 명령 등도 거부하기 힘들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전달한 유튜브 채널은 주로 '고성국TV' '성창경TV' '서정욱TV' 3개였다.
이들은 12·3 불법계엄 사태 이전부터 앞장서서 부정선거 의혹, 중국의 국내 여론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는 영상을 제작해왔다.
해당 영상에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간첩 종북'으로 교체 중이다"(성창경TV),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여의도 집회에 많은 조선족들이 참여했다는 증거가 수집되고 있다 (…)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이 김은혜에게 이긴 건 조선족 몰표 때문"(서정욱TV), "사전투표가 부정선거 온상으로 악용된 건 문재인 종북주사파 정권 때였다"(고성국TV) 등 입증되지 않은 발언도 다수 포함됐다.이들의 논리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담화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이 국민의 행복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전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은 정치인들을 만나서도 "신문·방송은 편향됐으니 유튜브를 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 배경에 보수 유튜버들의 영향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성국 박사 만나 도움 청했다"... "ㅇㅋ"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8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특히 고성국TV의 진행자 고성국씨는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을 돕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2021년 8월 명씨와 윤 대통령 메신저 대화 내역에 따르면 명씨는 "고성국 박사를 오늘 저녁에 만나 도움을 청했습니다"라며 고성국TV 영상을 전송했다.
윤 대통령은 "ㅇㅋ 짝시(부동시)가 도리도리 원인일 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 명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도 "어제 고 박사한테 '윤석열의 도리도리는 부동시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여 틱 장애처럼 된 거다'라고 교육했다"며 그 결과 이틀 연속 관련 방송이 나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말을 할 때 좌우로 고개를 흔드는 '도리도리' 습관으로 비판받자 명씨가 방어 논리를 만들고 고씨에게 전달해 영상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의 '고성국TV' 영상은 현재 지워졌거나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명씨는 통화에서 "고 박사가 여의도연구원(국민의힘 싱크탱크) 부탁한다 해서 자문위원하고 10명 내가 이야기해주고"라며 인사청탁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민주당은 이를 "고씨가 여의도연구원 인사 청탁을 하고 명씨가 자신이 들어줬다고 설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씨 측에 접촉했지만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