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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에 시선 쏠렸던 뮌헨안보회의 폐막
미 '종전 구상' 발표 없이 '유럽 패싱' 공식화
미러 정상회담 속도… 미, 사우디에 특사단
"우크라 배제 비밀 거래 거부" 무위 그치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독일과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뮌헨=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그간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 지원해 온 유럽도, 트럼프 대통령의 안중에는 없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유럽 안보 문제를 멋대로 좌지우지하려는 미국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고, 우크라이나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경계하며 유럽의 협상 참여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규모 토론 원치 않아"… '유럽 패싱' 공식화한 미국



독일 바이에른주(州)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사흘간 일정을 마치고 16일(현지시간) 폐막했다. 개막(14일)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협상 즉각 개시'에 합의한 만큼, 회의 기간 내내 전 세계의 눈과 귀는 미국의 입에 쏠렸다. 미러 정상 간 담판에 무게를 두는 듯한 미국의 태도 탓에 유럽이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불안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15일 유럽 전문 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이 참여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에 있었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회담은 너무 많은 국가가 개입해 망가졌다"며 "우리는 대규모 그룹의 토론을 원치 않는다"고도 말했다. 유럽을 '협상 걸림돌'로 낙인 찍으면서 사실상 '유럽 패싱'을 공식화한 셈이다. 켈로그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 전략은 장기간 대화가 아니라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러 사우디 회담 속도… 우크라 입지 더 좁아져



미국은 러시아가 동의한 '사우디아라비아 회담'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MSC 연설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수는 있지만 유럽이 참여하는 종전 협상에서 전쟁 종식 방안이 뚜렷하게 나왔을 때여야 한다"고 거듭 우려를 표했는데도 미국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협상팀이 이미 꾸려졌고 곧 사우디로 파견된다고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통화하며 미러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자주 연락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종전 협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대놓고 밀착하는 분위기로 미뤄 우크라이나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미국은 스스로 "우크라이나의 동맹·파트너가 아닌 중재자"(켈로그 특사)라고 칭하며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종전 협상이 시작돼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허'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반대' 등 러시아가 내세운 조건에 동의하는 취지의 발언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뮌헨=AFP 연합뉴스


'유럽 패싱' 현실화에 발칵 뒤집힌 유럽



MSC 내내 '종전 협상 참여 필요성'을 제기했던 유럽은 미국의 '유럽 패싱' 방침에 발칵 뒤집혔다. 우크라이나 안보는 유럽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가 참여하지 않는 협상은 신뢰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도 "유럽인의 참여 없이 유럽의 안보 구조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논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비밀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에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칙(협상 참여)이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 대응 움직임도 빨라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로 주요국 정상을 불러 긴급 회담을 연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정상이 초청됐다. 미국의 '유럽 패싱'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책, 우크라이나 안보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방위비 늘려라" 유럽에 '참여 조건' 제시한 미국



미국은 '유럽 패싱' 논란을 유럽 안보 지형 재편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켈로그 특사는 "유럽 친구들은 협상 테이블 배석 여부에 불평만 하지 말라"며 "구체적 제안·아이디어를 마련하고 (방위) 지출을 늘려 토론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에서 '유럽의 역할'을 인정받으려면 '돈으로'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성 발언이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유럽 각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무기, 군대 및 안보 조처에 관해 자세히 제안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켈로그 특사는 17일 EU, 나토와 잇달아 회동할 예정이다.

뮌헨 타결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은 결실이 없었다.
지난 12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휴전 이후 안전 보장 대가로 희토류 자원 50%의 지분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했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인계 철선 역할을 하므로 러시아가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주장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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