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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조각 난 20대 신혼부부의 꿈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학교 인근에 조성된 원룸촌. 20대 신혼부부는 2022년 이곳 한 다가구주택에 입주했습니다.

전세 보증금이 9천만 원이나 됐지만,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고 대출까지 냈습니다.

행복한 신혼도 잠시, 지난해 9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금 사는 집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우편물을 확인하게 된 겁니다.

A 씨/ 피해 임차인
"계약 당시 이 집은 보증보험에 가입이 불가한 집이어서 보험을 못 들었어요. 경매 개시되고 나서 저희도 처음 알았는데 이 집 시세가 10억이라고 치면 대출이 6억이고 저희 지금 임차인들 전세자금만 해도 5억 정도 되더라고요. 이 자체가 깡통 전세인 거죠. 그 돈을 받아서 또 이제 다른 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 신혼부부를 포함해 해당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임차인은 모두 12가구. 대부분 20~30대 대학생·사회 초년생들로, 지금까지도 총 5억 원가량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해당 임대인이 소유한 다른 빌라나 토지도 수억 원대의 근저당이 잡힌 채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 "법은 피해자 편일 줄 알았는데…체납 요금까지 떠안아"

청년 임차인들은 "내 편일 줄 알았던 법이 내 편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간 걸 알게 된 지 두 달 지난 지난해 11월, 피해 임차인들은 경산시청으로부터 '단수 처분 예고서'를 받았습니다.

임대인이 2023년 초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내지 않아 체납 요금이 3백만 원 넘게 쌓였다는 내용으로, 요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물 공급을 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차인들은 시청에 전세사기 피해자임을 호소했지만, 집이 경매에 넘어간 이상 요금 납부 의무는 임차인이 져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결국 임차인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체납 요금을 내고 다달이 요금도 납부하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마련된 '최우선 변제권'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최우선 변제권은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 일부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데요.

다만, 법이 정한 소액 임차인의 기준은 보증금이 대구·경북 기준 7,500만 원(2023년 개정 전 6,000만 원) 이하인 임차인입니다. 이번 피해 임차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법이 정한 기준보다 많은 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상황이어서,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확률은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로는 인정도 받지 못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떼먹을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임차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 씨/ 피해 임차인
"이사를 하려고 해도 기존 대출 상환이 되지 않으면 다른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대요. 그나마 전세사기 당한 사람들에 한해서 저리 대출이 있는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집주인이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는 생각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래요. 그런데 그걸 저희가 어떻게 증명해요. 사기 칠 생각이었으면 뭐 하나 토시라도 안 틀리게 꼼꼼하게 준비했을 텐데."

■ 피해 속출하는데…전세사기특별법 종료 '코앞'

전세사기가 횡행하면서 2023년 6월 전세사기특별법까지 만들어졌지만, 전세사기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대구·경북에 접수된 피해 신고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천6백 건이 넘는 상황입니다.

특별법상 피해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 법은 2년 시한의 한시법으로 오는 5월 31일이면 종료됩니다.

현재 국회에서 특별법 연장과 개정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피해 청년들은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A 씨/ 피해 임차인
"사실 그냥 너무 힘들어요. 왜 하필 우리가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이제 갓 결혼해서 제대로 살아보려고 하는데. 이제라도 좋으니 저희 돈이라도 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관 기사]대학가 청년 대상 전세사기…구제 방안은 ‘감감’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74466&ref=A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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