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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에 보도된 차량 테러. 사진 슈피겔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2월 독일 브란덴브르크주(州)의 도시 쇠네펠트에서 차량 수십대의 배기구를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폼으로 막아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배기구가 막힌 탓에 이들 차량은 고장이 났다. 차량들의 창문에는 “환경을 생각하라!(Sei grüner!)”는 문구와 함께 환경주의적 좌파 정당인 녹색당 대표이자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인 로베르트 하베크가 활짝 웃는 얼굴이 들어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누가 봐도 극렬 환경주의자들의 ‘녹색 테러’였다. 독일 언론들도 “급진 환경주의자들이 차량을 공격했다”(빌트)는 등의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하베크와 녹색당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도 치솟았다. “녹색당은 이념을 강요한다”, “녹색당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글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러나 차량 테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슈피겔에 따르면 차량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은 러시아의 사주를 받은 인물들로 밝혀졌다. 온라인을 통해 모집된 범인들은 베를린, 브란렌부르크, 바이에른 등에서 270대의 차량을 고장내 그 대가로 수천 유로를 받았다고 한다.

슈피겔에 보도된 차량 테러. 사진 슈피겔 홈페이지 캡처
독일 보안당국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녹색당과 하베크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목적의 범죄”라고 설명했다.

슈피겔은 러시아가 이번 경우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요원이 아닌 ‘일회용’ 혹은 ‘낮은 수준’의 아마추어나 범죄 조직원들을 채용해 테러를 벌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일회용 요원들은 러시아의 돈을 받고 유럽 전역에서 선전선동용 낙서부터 파괴 활동까지 다양한 수준의 공작을 벌인다고 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프랑스 파리 곳곳의 벽에 그려지는 일이 일어났다. 이슬람이나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의 소행으로 의심돼 프랑스 사회에선 불안이 가중했다. 그러나 범인을 잡고 보니 이들 역시 러시아와 연계된 몰도바 출신의 부부였다고 한다.

영국 런던에서 간첩 혐의로 잡힌 불가리아인들이 독일의 하베크를 나치로 몰아가려는 음모를 꾸민 게 적발되거나, 독일의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발견된 소포에서 방화 장치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들 모두 러시아의 소행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슈피겔은 “일회용 요원을 활용하면 발각되더라도 러시아에 피해가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러시아는) 친러시아적이고 러시아를 구사하는 남성들을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로 모집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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