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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수방사 경비단장 “저는 의인 아닙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 재검토를 요청하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그런 군인이 있었기에 우리들이 이렇게 안전하게, 심판정에서 과연 헌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국회 쪽 대리인단인 김진한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질문 대신 증인으로 나온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조 단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기억나지 않는다”, “형사재판 때문에 증언이 제한된다”며 입을 닫았던 상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을 대신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의 진실을 증언했다.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조 단장의 증언은 비상계엄이 국회 앞으로 달려 나와 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소극적 항명, 국회의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결의 덕분에 실패로 돌아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조 단장은 당시 공포탄까지 지참하라는 “이례적” 명령을 받고 국회로 출동했지만 “오히려 저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저희의 행위를 막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의아해했다”며 혼란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을 받고 5~10분 뒤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재검토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조 단장은 후속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기다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를 통제하는 문제도 그렇고 의원을 끌어내라는 과업도 그렇고 군인 누구도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후속 부대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고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조 단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자 조 단장은 발언권을 얻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의인도 아닙니다. 저는 경비단장으로 제 부하들의 상관입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부하들은 다 알기 때문에 일체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때 제가 했던 역할들을 진술할 뿐입니다.”
이날 변론이 끝난 뒤 김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재차 조 단장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오늘 아주 저희가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할 한 군인을 발견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지 또는 나라를 그리고 시민들을, 국민들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참 많았을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을 지키고 헌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본인의 사명을 찾은 그런 군인들에게 우리 국민 모두가 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단장과 같은) 그런 군인들이 없었다면 정말 우리 모두의 생명도 안전도 자유도 다 한 사람의 또는 몇 사람의 욕심 앞에 굴복해 버렸을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누리꾼들도 조 단장에게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변호사의 발언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는 “위법한 명령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 당신은 참군인입니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군인입니다”, “저런 지휘관이 부하를 살리고 위기를 이겨내게 하는 것”, “간만에 올곧은 심성을 가진 진짜사나이를 마주하며 흐뭇한 감동을 느낀다”, “진정한 용기는 진실을 말할 때 가능하다. 이런 리더를 모시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부하들”이라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한편, 김 변호사는 헌법과 헌법재판 실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1997년 사법고시(39회)에 합격한 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일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섰다. 2014년엔 고려대에서 헌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독일로 유학을 가 2023년 독일 남부 에를랑겐의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에서 독일과 미국의 헌법재판을 비교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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