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들이 체코 정부의 댐 건설 프로젝트를 대신 수행하며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12일(현지 시각) 가디언과 AFP 통신 등은 체코 브르디 지역에서 비버 8마리가 천연 댐을 건설하면서 체코 정부의 3,000만 체코 코루나(약 18억) 규모 예산이 절약됐다고 보도했다.
체코 당국은 클라바바 강의 산성수 및 오염수를 방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가재 개체군을 보호하기 위해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도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된 토지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7년간 지연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비버 8마리가 하룻밤 만에 댐을 완성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후에도 최소 4개의 추가 댐이 건설됐으며, 현재도 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자연보호청의 보후밀 피셰르는 AFP에 “토지 소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회사들과 논의 중이었는데, 비버들이 먼저 웅덩이와 운하가 있는 습지를 만들어버렸다”며 “그 지역은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약 두 배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프로젝트 문서도 없이, 심지어 돈도 받지 않고 댐을 건설했다”고 덧붙였다.
피셰르는 "비버는 정말 환상적이며,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지역에 있을 때는 매우 유익한 존재"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비버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비버의 활동 덕분에 체코 정부가 약 3,000만 체코 코루나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체코 자연 보호 기관(AOPK) 중앙 보헤미안 사무소 책임자 야로슬라프 오버마이어는 “비버는 댐을 지을 최적의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인간이 설계한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구조물을 잘 만든다”고 평가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비버는 돌과 진흙, 나무 등을 활용해 물길을 막고 습지를 조성한다. 이는 식량 공급원과 포식자 보호공간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물의 서식지를 형성하고, 홍수 조절, 탄소 흡수 등의 기능까지 제공한다.
동물학자 지리 블체크는 라디오 프라하에 “댐을 건설하려면 사람들은 건축 허가를 받고, 건축 계획을 승인받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버들은 하룻밤, 길어야 이틀 만에 댐을 완성할 수 있다”며 댐 건설에 비버만큼 전문가는 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비버 댐은 캐나다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에 있으며, 축구장 7개 크기에 달해 우주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