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영구적 평화 보증인 기대말라"…방위비 5%, 美는 예외 시사
"인태서 억지력 발휘, 美만 주도 가능…한국 등 동맹과 협력 지속"
"인태서 억지력 발휘, 美만 주도 가능…한국 등 동맹과 협력 지속"
기자회견하는 미 국방장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3 [email protected]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미국 군사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 참석 뒤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이 동맹(나토)이 중요하듯, 중국 위협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 (인태)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태 지역에서의 억지력 효과는 미국만이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를 맺고 있으며, 중국과의 충돌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공산국가인 중국은 모든 곳에 있는 자유주의자들에게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며 '재정적 제약'을 언급했다. 전날 유럽과 미국이 '안보의 분업화'(division of labor)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히 "미국인들은 계속 여러분(유럽)과 함께할 것이지만, 영구적인 (평화의) 보증인일 것이란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유럽이 "유럽 안보의 일차적(primary)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압박했다.
이를 통해 "나토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NATO great again)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를 빗댄 표현이다.
그는 '미국도 5%로 증액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미국의 8천500억 달러(1천299조원) 국방예산 규모를 언급하며 "미국의 지출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나토 동맹들이 자국 방위에 투자를 꺼리는 것이 묵인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현재 GDP의 3.4% 정도를 지출하는 미국의 경우 '예외'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둘러싼 비판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협상 시작 전부터 러시아에 양보한 것이라는 유럽 내 비판에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며, 푸틴과 젤렌스키 양쪽 모두와 대화하는 동안 모든 것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허용하고, 불허할지는 자유주의 세계의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독재자에 맞서 목숨을 바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그건 당신의 표현 방식일 뿐"이라며 "배신이 분명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럽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종전 협상에 유럽의 자리가 없을 것이란 두려움도 고조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럽도 협상에 포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궁극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러시아·우크라이나)와 대화하는 것이 협상 타결의 중심이겠지만, 당연히 이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고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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