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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군 제외 다국적군 거론…우크라, 영토 일부 잃어도 ‘안전 보장’이 관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금까지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포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불허, 미국 차원의 파병 불가 정도로 요약된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희망해온 모든 목표에 찬물을 뿌린 셈이다. 종전 협상이 사실상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끔 기울어진 채 첫발을 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유럽을 방문 중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에 퍼진 우려가 현실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뒤집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토대로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기류를 대놓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BBC는 “트럼프와 푸틴이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통화를 90분간 했다는 소식은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환영할 만한 첫걸음이지만 불행히도 우크라이나는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구체적인 종전안을 내놓진 않았으나 이날 발표한 미국 측 협상팀에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가 빠진 점도 러시아에 유리한 신호로 해석된다. 켈로그 특사는 대러시아 강경파로 종전을 위한 러시아 제재 강화 등을 주장해왔다.

결국 훗날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안전과 주권을 얼마나 보장하는 쪽으로 종전 협상이 전개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돈바스와 크름반도 등 “영토 포기”를 거론하면서도 나토 가입이나 미군이 포함된 평화유지군을 통한 안전 보장 방안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두 방안을 거부하는 대신 미국을 제외한 다국적군의 주둔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유능한 유럽 및 비유럽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며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역할은 유럽이 도맡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쟁학자 로런스 프리드먼 런던 킹스컬리지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와 지배에 관한 것이지만, 갈등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안보를 부인하려는 러시아의 의지”라며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협상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휴전에 도달하더라도, 완전한 평화 협정을 이루기까진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종전 구상에 얼마나 발맞춰줄지도 미지수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안전 보장을 받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입장을 지지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계획은 그 갑작스러움과 규모로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에 충격을 안겨줬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몇년간 두려워했던 순간이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일부는 이를 ‘배신’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푸틴의 요구를 아무런 대가 없이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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