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어선 침몰, 어민들 현장 목소리
“바람 강도 20년전보다 두배 세져 1~3월은 안개도 잦아 최악 시기”
“팔십 다 된 어부 조업 나서기도 외국인 선원 말 안통해 위험 빈발”
전문가 “정부, 숙련 기관사 양성을 기상악화 예상되면 미리 대피해야
“바람 강도 20년전보다 두배 세져 1~3월은 안개도 잦아 최악 시기”
“팔십 다 된 어부 조업 나서기도 외국인 선원 말 안통해 위험 빈발”
전문가 “정부, 숙련 기관사 양성을 기상악화 예상되면 미리 대피해야
박선준 목포근해안강망수협 회장이 13일 전남 목포시 만호동 해안가에 정박 중인 자신의 선박을 보며 어선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바람이 엄청 강해요. 20년 전보다 바닷바람의 강도가 두 배 정도 세졌다고 봐야지요.”
13일 오전 전남 목포시 북항에서 만난 박선준(61) 목포근해안강망수협회장은 “바다에 나가면 기상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1986년부터 39년간 배를 탄 박 회장은 지금도 32톤급 어선을 소유하고 있는 선주다. 주로 “추자도와 흑산도, 홍도까지 나가 조업을 해 갈치와 병어 등을 잡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전남 여수 해상에서 14명이 승선한 139톤급 대형 선박 제22서경호가 침몰한 사고가 안타깝다고 했다.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사흘 만인 12일 밤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또다시 어선 전복 사고가 나 선원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어선 사고는 특히 1~3월에 많이 일어난다. 큰 일교차로 해무가 많이 생기고 가시거리도 1㎞ 이하로 짧다. “1~3월은 바다가 가장 좋지 않을 때지요. 풍랑주의보를 때리면 섬으로 들어가고, 해제되면 가서 작업하고요.” 박 회장은 “어선들이 다들 조심하는데 이를 무시하면 안전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후변화로 바다 환경이 변하면서 돌풍이 늘고 파도가 거세지면서 어선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홍석희(65) 제주도어선주협의회장도 “바다가 거칠어졌다. 이상기후로 바람이 많이 세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선 사고를 줄이려면 ‘표박’(풍랑을 만난 배가 물 위를 떠도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박안전법’에 폭풍주의보가 내리면 입항하게 돼 있잖아요. 조업하다가 파도가 센데 무리하게 입항하다 사고가 자주 나요. 안 지키면 한달 영업 정지 먹어요. 선단 조업을 할 경우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입항을 미루며) ‘표박’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해요.”
어선 선원들의 고령화도 문제다. 울산 울주군 울주강양어촌계 계원 105명 가운데 60명이 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부부 2명이 조업을 한다. 배를 가진 이는 60대와 70대가 15명씩이고, 30대와 40대, 50대가 10명씩이다. 김재천 어촌계장은 “60대 이상 어부도 생계 때문에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간다. 근해 조업하면 1~3시간 정도 한다”며 “대왕문어를 잡는 배들은 날씨 조건에 따라서 1박2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면 대처하는 데 힘이 든다”고 했다. 이경태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32척의 어선이 있는데, 어민 220여명 가운데 80살이 다 돼가는 어민들도 조업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원들이 늘면서 소통의 어려움도 호소한다. 조업을 나가는 어선엔 한국인 선원과 외국인 선원 비율이 4 대 6 정도로 외국인이 더 많다. 김응석 인천 연평도어촌계장은 “외국인 선원들이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오는데, 손짓발짓하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며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금방 알아듣지 못하니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원 사전 교육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태원 연평도 통발 어민도 “새로 들어온 선원들은 정말 40%도 못 알아듣는다. 통발을 뿌릴 때 그물이 걸리면 그걸 빼내려고 물가 쪽으로 가지 말라고 하는데도, 가끔 외국인 선원이 가는 경우가 있다”며 “앞이랑 뒤를 구분하지 못하고 ‘줄을 감아라, 풀어라’도 구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대로 교육을 해주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숙련 기관사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선준 회장은 “해양대나 해양고 나온 인력은 국내 어선을 타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어선에선 기관사를 구할 수 없을 지경인데 정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기관사를 양성하는 ‘선원학교’나 ‘직업학교’ 등을 정부에서 설립하거나, 선원비자(E7)를 갖고 일하는 선원들을 기관사로 특별교육해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창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기상 악화가 예상되면 어선들이 조금 더 일찍 움직이면 좋을 것 같다. 바다에서 표박하기보다 연안에 가까운 피항지를 예상하면서 조업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국내 해운 산업에 인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기관 부문 등에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