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 노상원 수첩에선, 비상계엄 장기화를 노리고 구상한 날짜별 실행계획도 발견됐습니다.
디데이엔 전 국민 출국금지 조치란 내용도 적혀 있었는데요.
작년 총선 전후로 시기를 나눠 대통령 장기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도 적어 놓았는데, 이렇게 보면 경고성 계엄이란 말은 허울뿐이었던 셈이고 왜 그토록 부정선거에 집착했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이어서 고병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 "경고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12월 12일)]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엔 오랜 기간 비상계엄을 준비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 첫 장에 '시기'를 '총선 전'과 '총선 후'로 구분하고, "실행 후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앤다"거나 "지속적으로 싹을 잘라 버리는 방법을 쓴다"고 명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경찰과 국군 방첩대 헌병을 최대한 활용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신속한 재판으로 구속시키고,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세력을 붕괴시킨다"고 적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총선 이전부터 야당과 진보 진영 '척결'을 노리고 비상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헌법재판소에 나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통령 안가에서 '비상조치' 관련 얘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장기화를 위한 날짜별 실행 계획도 수첩에서 발견됐습니다.
'D-1' 계엄 선포 하루 전 "미국의 협조"를 구하고, 'D-day'엔 VIP 즉 윤 대통령의 담화 장소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는데 특히 "전 국민 출금조치" 즉 출국 금지를 염두에 둔 듯한 표현도 써 있었습니다.
10일 차까지는 체포 대상자를 '수거'해 '수집소'로 이송하고, 이후 50일 차까지 서울 외 지역에 있는 '수집 대상자'에 대한 '수거 작전'을 한다고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군 수뇌부에게 지침을 내리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 추정되는 '여'라는 글자 옆엔 행사 즉 투입 인원을 지정하고 수거 명부를 작성하라고 했고, 계엄사령관이 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겐 수집 장소와 전투 조직을 지원하라고 썼습니다.
비상계엄의 궁극적인 목표가 윤 대통령 '장기 집권'에 있음을 암시하는 문구도 확인됐습니다.
대통령이 3선까지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원 수는 절반으로 줄이는 선거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수첩 속 이 같은 계획은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물거품이 됐고,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한 뒤 '부정선거'를 주장하려 했던 걸로 보입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 그리고 수첩 속 계획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노 전 사령관 측은 작성 경위와 내용을 묻는 MBC의 질의에 아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고병찬입니다.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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