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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인권위원의 이름이 “사퇴하라”는 구호와 함께 울려 퍼졌다. 전날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에 찬성한 위원들이다. 이날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장은 “많은 직원들이 어제 전원위원회가 끝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형사소송에 준하는 원칙을 준수하고 불구속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등의 권고 내용이 담긴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을 베껴온 듯한 내용이다. 애초 안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논란이 돼 김종민 위원이 사의를 표하고, 강정혜 위원이 안건 발의를 철회할 정도였던 탓에 안건 통과는 의외의 사태로 여겨졌다. 최근 여당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윤 대통령 옹호 목소리가 커진 데 편승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도 인권위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점거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인권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잃고, 정치적 분위기에 흔들린 배경으론 윤석열 정부 내내 편향적인 인권위원 임명을 통해 이어 온 ‘인권위 흔들기’가 꼽힌다.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인권위원들 6명 가운데 3명이 윤 대통령 지명, 2명이 여당 추천, 1명이 대법원장 지명을 받았다. 더욱 문제 되는 건 이들의 ‘인권 감수성’이다. 원민경 위원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 감수성이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인권위에 진입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온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건을 대표 발의한 김용원 위원(대통령 지명)은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당적을 옮겨가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회의 때마다 막말을 반복해 그의 폭언을 방지하기 위한 안건까지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최근엔 ‘헌법재판소를 부수라’며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고발당했다.

이충상 위원(여당 추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은 취임 뒤 첫 전원위원회부터 성소수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인권위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4건이 신고돼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한석훈 위원(여당 추천)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특별법 제정 의견 제시에 반대하는 등 윤 정부와 발을 맞춰 왔는데, 최근엔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안창호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소수자·여성 혐오적 인식과 극단적인 종교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하고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대거 삭제한 인권상황보고서를 상정하는 등 인권위 퇴행에 앞장서왔다.

시민 사회는 한국 사회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인권위의 현실을 재확인한 데 참담함을 토로했다.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안건은 철저하게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것이자 이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어 “인권위가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방어권 권고안을 채택하는 것은 임명권자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몇몇 위원들에 의해 인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과 함께 재상정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기각했다. 윤 대통령 계엄 선포로 시민이 겪은 인권(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을 인권위가 조사해야 한다는 안건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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