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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5개 중 1곳 ‘한계기업’
“영업적자 지속되는 기업도 걸러내야” 목소리

냉장고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에이디칩스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지난해 9월까지도 적자가 이어졌다. 정상적인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대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다.

그럼에도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상장을 유지했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매출의 20%에 불과한 반도체 사업을 앞세우면서 주가를 끌어올렸고,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에이디칩스는 지난해 초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지난해 4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갔다. 현재 에이디칩스의 대주주는 골든에이지인베스트라는 곳으로, 보유 지분이 4.1%에 불과하다. 소액주주가 가진 주식 비중은 93%가 넘는다.

에이디칩스의 사례처럼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국내 상장사 5곳 중 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퇴출해야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상장폐지 기준은 최근 문턱을 높였음에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좀비기업을 걸러낼 수 있는 과감한 퇴로를 마련하기 위해 일정 기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장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금융 당국은 최근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매출액과 시가총액 기준만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 요건은 제외했다.

금융위원회는 부작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유사처럼 국제 유가라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라 영업이익이 급변동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영업 적자를 상장폐지 사유로 둘 순 없다는 것이다.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 역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1일 매출과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하는 ‘상폐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시가총액, 매출액으로 대표되는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 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정 규모의 시가총액과 매출액을 지닌 기업을 솎아내 국내 증시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단 거다.

이번 개선안에 따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50억에서 500억원으로, 코스닥의 경우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오른다. 매출액 기준 역시 코스피는 50억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아진다.

늘어나는 좀비 상장사… 증시 활력도 ‘뚝’
12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상장사 중 한계기업 비중은 19.5%로 440개 기업에 달한다. 공개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쓰고 있는 5개 기업 중 1개 기업은 3년 연속 영업해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버티더라도, 획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만큼 사업 능력은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주식시장에 남은 한계기업이 우리 주식시장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투자자 피해도 양산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주식시장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한계기업을 시의적절하게 골라내기 어렵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기준에 영업이익을 들여다보는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는 영업손실이 4년 연속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규정이 있었으나, 2022년 삭제됐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을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금융 당국 “적자 난다고 상폐하면 부작용 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은 영업이익을 상장폐지 기준으로 둘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차이 나는 기업들이 부당하게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유업이다.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2년 하반기 석유 공급 과잉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다운사이클(산업 침체기)에 접어들며 불과 1년 만에 약 7000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조선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선박 수주는 원자재 가격과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2022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선박 수주 호조와 해운 운임 상승에 힘입어 2023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슈퍼사이클(초호황) 기조 속에서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7000억원대로 급증했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시가총액과 매출액에 더해 영업이익까지 손보게 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생존이 너무 어려워진다”며 “영업이익은 시가총액에 반영되는 만큼, 재무 요건 중 시가총액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폐지 요건으로 영업이익을 고려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정서희

한국거래소는 현재 상장폐지 기준인 ‘자본잠식’ 요건으로도 한계기업을 솎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따로 영업적자 요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상장폐지 기준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경우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 전액 잠식 ▲2년 연속 자본금의 50% 이상 잠식 중 하나에 해당하면 상장폐지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경우 곧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자본잠식 기준은 한계… 영업이익 요건도 살펴봐야”
다만 한계기업이더라도 자본잠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정 기간 시장에서 존속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임서정 한신회계법인 회계사는 “기업은 부동산 재평가 등 단기적인 재무 구조 개선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상당 기간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기준에 영업 이익 기준 강화를 포함해 퇴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투자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한계 기업은 증시 활력을 낮춰 건강한 기업들도 부실화시킨다”며 “기업가치에는 이익이 핵심인 만큼 시장 혼란을 줄이는 점진적인 방식으로라도 영업 이익 기준 강화는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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