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 교사가 1학년 학생 살해
교육청 브리핑서 "우울증 앓던 교사"
정신 질환에 대한 혐오 조장 우려
원인 규명·재발 방지에 도움 안 돼
교육청 브리핑서 "우울증 앓던 교사"
정신 질환에 대한 혐오 조장 우려
원인 규명·재발 방지에 도움 안 돼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김양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우울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보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11일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 범행 원인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를 강화할 뿐 아니라, 원인 규명이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은 이날 오전 대전 서구 교육청에서 진행한 기자 브리핑에서 "(해당 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29일까지 우울증으로 질병 휴직했고, 12월 30일에 복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전 지역 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신질환자 복직을 어떻게 허용했나" "정신병 있는 교사에게는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다" "정신병자들 그냥 사회생활 못 하게 했음 좋겠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아닌가" 등 혐오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론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에 달한다. 이해우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
수사당국이나 언론이 질환적인 부분들을 범행 원인으로 적시하게 되는 순간 암묵적으로 (정신질환과 살인이) 연관성이 있다는 암시를 주게 된다
"고 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늘 오전 회진에서 환자들이 '회사에서 나를 살인자로 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많이 전해왔다
"며 "우울증이 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국내 현실인 만큼, 여론이 이런 방식으로 조성되는 것이 무척 걱정
된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짚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원인 규명과 함께 사건 재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비슷한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정신질환이 사건 원인으로 주목받는다"면서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적인 차원이라면,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해자의 환경적인 요인이나 심리적인 부분들이 어떤 상태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사의 범행이 우울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백 교수는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만을 놓고 보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의 행동 양상과는 무척 거리가 있다"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자신이 정신과에 다니는 이유로 그나마 편견이 덜한 우울증 또는 불면증이 있다고 말한다고 하는데 (해당 교사도) 그랬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