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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 부른 우울증]'초등생 살해' 교사 충격 진술
피의자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
흉기 구입 등 범행 사전에 계획
정신장애 범죄 2년새 57% 폭증
관리·치료 기반 미흡 대책 필요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인형과 과자가 놓여 있다. 마가연 견습기자

[서울경제]

“아무 학생 한 명과 함께 죽을 생각이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아를 흉기로 살인한 40대 교사 A 씨는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지난해 12월 업무에 복귀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지난해 12월 질병 유직 중 잘못된 생각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일 A 씨는 학교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으며 잠겨 있던 시청각실을 여는 등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 등 잇따른 대형 사건·사고로 정신적으로 지친 시민들에게 ‘우울증 교사의 학생 살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울증이 범죄로, 범죄가 트라우마로, 트라우마가 다시 우울증으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한국의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과 치료보호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대전경찰청은 이달 10일 대전 서구 관저동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기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던 피의자 40대 여교사 A 씨는 경찰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일 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한 A 씨는 오후 6시께 학교 2층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던 돌봄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불특정 학생을 노리던 중 김하늘(8) 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목 부위에 자해를 해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오후 9시께 수술을 받은 뒤 경찰 입회 하에 회복 중이다.

A 씨와 같이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8850명이었던 정신장애 범죄자는 2022년 9875명, 2023년 1만 3915명으로 2년 만에 57.2% 폭증했다. 강력범죄 또한 2021년 545명에서 2023년 857명으로 증가했다. 2023년 정신질환자의 살인과 살인미수 범죄는 각각 23건, 38건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이태웅 부장판사)는 망상에 빠져 서울 중랑구 소재의 한 아파트 흡연장에서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성우(28)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 범죄가 만연해지면서 이에 따른 트라우마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대형 참사, 끔찍한 범죄가 생기면 집단 트라우마가 생긴다. 피해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초등학교 학생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선생이 직접 저지른 것으로 전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계엄부터 대형 사건·사고까지, 인간은 외부의 변화로 본인이 가지고 있던 상식이나 가치 규범이 무너질 수 있다”며 “급격한 변화와 외부 충격 때문에 사람들이 단체로 절망과 우울감을 느낄 수 있으며 사회에 대한 분노는 다른 사람을 해치는 방식으로도 표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3 국가정신건강현황’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국민 중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11.3%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으로 2018년 75만 명 대비 33%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정신질환자 관리 및 치료 기반, 범죄 대응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정신건강증진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전문인력은 1만 500명으로 20.3명이 인구 10만 명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 또한 12.1%에 그쳐 미국(43.1%)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관리할 전문 인력의 부재도 문제다. 법무부의 2024 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에 따르면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원은 15명이지만 실제로는 8.5명(주당 근무시간 기준)으로 충원율이 56.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적정 환자 부담 비율을 정신건강전문의 1인당 환자 6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법무병원의 경우 전문의 1인당 환자는 65명이며 전공의를 포함하지 않으면 95.6명으로 치솟는다. 주요 국가의 의사 1인당 환자 현황은 일본 14명, 영국 22명, 독일 13명 등임을 감안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센터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후에 인권 문제로 입원 절차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져 치료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정신질환 관련 범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신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감호소에서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꾸준히 진료를 하는 ‘매니지드 케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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