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 커튼이 처져 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께 이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A(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서는 다친 채 발견된 교사 B(40대)씨가 A양을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를 흉기 살해한 40대 여성 교사 A씨가 범행 전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11일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는 현재 병원에서 목 부위 봉합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고 밝히며 수술 전 병원에서 청취한 피의자 진술 내용을 본인의 워딩 그대로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휴직 중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며 “복직 3일 후 짜증이 났다. 교감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 학교 근처 마트에서 칼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잠겨있는 시청각실을 열고 들어가 있었다”며 “시청각실 앞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한 뒤 목을 조르고 칼로 찔렀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학생안전보호실 앞에 한 사람이 서성이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피의자 조사와 관련해서는 “48시간 정도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사의 의견이지만 병원에 있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면 강제수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 육 서장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일인 전날 오후 5시15분쯤 ‘딸이 없어졌다. 학교 돌봄 후 사라졌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4분 뒤 경찰과 가족, 학교 관계자들이 16차례 위치추적 조회를 토대로 학교 내외부와 운동장 인근을 수색하던 중 피해 학생의 할머니가 2층 시청각실 내부 자재보관실에 있는 피의자와 피해자를 최초 발견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40대 정규직 교사인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휴직에 들어갔다가 20여일 만인 연말쯤 돌연 복직했다. A씨는 이전에도 정신질환 등을 사유로 병가를 여러 차례 반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