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분 외 환율 상승 수혜
트럼프發 당분간 ‘강달러’ 전망
개미들 환노출형 상품 투자금 몰려
높은 수익만큼 위험… 분할매수 조언
트럼프發 당분간 ‘강달러’ 전망
개미들 환노출형 상품 투자금 몰려
높은 수익만큼 위험… 분할매수 조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노출형 ETF가 인기를 얻고 있다. 환율 변동성을 제거하는 환헤지형 상품과 달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환노출형 ETF의 수익률은 환헤지형의 1.5배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환헤지형보다는 환노출형 상품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다만 환노출형 상품의 경우 환헤지형에 비해 변동성이 큰 만큼 분할매수를 통해 위험성을 줄여야한다는 조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환노출형 상품 ‘KODEX 미국S&P500TR’은 최근 1년 간 33.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이 20.1%의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하면 1.7배에 이른다. 둘 모두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환율 변동에 대한 노출 여부가 수익률을 갈랐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을 추종하는 상품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환노출형 ‘KODEX 미국나스닥100’은 지난 7일 기준 최근 1년 간 33.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반면 환헤지형인 ‘KODEX 미국나스닥100(H)’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20.0%에 그쳤다.
환노출형 상품은 가격에 환율 변동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 외에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 영향을 제거해 본래의 주식(ETF) 성과만 반영한다. 위험성을 줄이는 대신 선물환 계약 비용 등 헤지 비용이 수수료로 포함돼있다. 원화값이 높아지면 환노출형에 비해 유리할 수 있지만 최근과 같이 원화가 약세인 시장에서는 수익이 떨어진다. 환헤지형 상품은 상품명 뒤에 ‘(H)’가 붙는다.
같은 지수를 따르는 상품인데도 환노출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 것은 최근 환율이 출렁인 탓이다. 지난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447.8원에 장을 마쳤다. 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만 해도 1300원 초반대에 머물렀으나 미국 달러화 강세, 경기 하방 압력, 국내 정국 불안 등 요소로 최근 급격하게 뛰었다.
환헤지형이 높은 수익을 거두자 투자자금은 환노출형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일 기준 최근 6개월간 환노출형 ‘KODEX 미국S&P00’을 5493억3374만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 ‘KODEX 미국S&P500’은 444억4844만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형 상품을 환헤지형보다 12.6배 넘게 사들인 것이다.
나스닥을 추종하는 ETF도 환노출형이 환헤지형에 비해 높은 순매수를 보였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환노출형 ‘KODEX 미국나스닥100’을 3513억7526만원 순매수했다. 반면 환헤지형인 ‘KODEX 미국나스닥100(H)’의 개인투자자 순매수는 270억5515만원밖에 되지 않아, 환노출형 매수가 환헤지형의 13.0배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노출형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권한다. 현재 이달 원·달러 환율 상단은 1500원까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정책, 미국의 견조한 성장률 등이 달러 환율을 높게 끌고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경기는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2.1%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2.0%보다 높다.
다만 환노출형은 주가 변동성에 환율 변동성을 추가로 반영해 위험성이 높은 만큼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사기보다 분할매수할 것을 조언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환노출형을 추천하지만 높은 수익에는 그만큼 높은 위험이 따른다”며 “일반 지수 추종 ETF도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매수하는 ‘분할매수’를 권하지만 환노출형 상품은 특히나 분할매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달러화 강세가 ‘빅테크’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와 미국 주식 자체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외환 전략가는 “예상치 못한 달러화 강세가 기업들 실적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달러화 표시 가치가 낮아진다. 아마존은 지난 6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실적 전망은 환율로 인해 이례적인 큰 악영향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채의 경우 현재 환율 수준이 높더라도 환헤지 상품을 사라는 조언이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5% 가까이 상승해 투자 매력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중순 연 3.6%대였으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최근 최고 4.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 역시 국채 금리를 높였다. 불안정한 정세로 당분간 채권 금리의 변동성은 높겠지만 4.5% 이상으로 크게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시장은 관측한다. 통상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백봉현 한국은행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장은 “환율은 해외증권(주식·채권) 투자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나 그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환 위험을 적극적으로 헤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 규모가 크거나 기간이 길 경우 환 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것은 투기”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해외 주가와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해 환헤지 없이 자연스럽게 환헤지 효과를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엔 해외 주가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환노출을 선택할 경우 손익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