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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부정선거 음모론 한미 커넥션
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소 네 차례 만나
해외 동포 간담회서 김건희와 인사 나눠
민주평통 운영위원·특위 위원장에 임명
부정선거 고리로 尹 측근 석동현 교류 정황

편집자주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수많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로 이미 검증이 끝났는데도 극우 진영은 각종 의혹을 신봉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파고 들었다. 한국일보는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들의 행태와 그 배후로 지목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의 행적을 추적했다.

애니 챈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이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KCPAC 홈페이지 캡처


애니 챈은 한미 양국 보수진영에서 활발히 보폭을 넓히며 윤석열 대통령과도 취임 전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친분과 자신이 설립한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 직함을 바탕으로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요직까지 꿰찬 정황이 포착됐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2022~2024년 사이 최소 네 차례 챈과 조우했다
. 대선 후보이던 2022년 1월 KCPAC 주관 행사(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년 기도회 및 하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열망대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굳건한 안보 태세를 확립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1년 12월에는 KCPAC이 주도한 종전선언 반대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챈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4월 KCPAC을 내걸고 축하 콘서트를 열었다.

애니 챈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해외 동포 간담회에도 초청됐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 2024년 7월 하와이에서 열린 행사에 자리했다. 두 차례 간담회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당시 챈은 한미동맹USA재단(KUAUF) 회장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훈부와 협력하는 국내 한미동맹재단과 이름만 비슷한 단체다.
한미동맹재단 관계자는 "(애니 챈 측이) 해외 지부로 들어오고 싶어 했지만 정치적 중립 문제가 있어 거절했다"
고 밝혔다.

헌법기관 요직에도 임명

애니 챈(오른쪽)이 2023년 8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가 윤 대통령과의 세 번째 만남으로 추정된다. 한미동맹USA재단 홈페이지 캡처


급기야 챈은 민주평통으로 진출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원코리아네트워크(OKN)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용했다. OKN 회장을 맡은
챈은 2023년 9월 민주평통 해외 직능운영위원에 임명됐다. 당시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윤 대통령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
였다. 민주평통 해외 운영위원은
재외동포 사이에서 최고 영예직으로 꼽히는 자리
다. 민주평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
금전적 지원을 통해 정치적 활동을 해 온 인물이 거론됐기 때문에 내부 항의도 있었다
"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챈은 본보 인터뷰에서 "민주평통에 (제가) 먼저 지원을 했고 한국인(교민)으로 자수성가한 인물로 보고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챈은
민주평통 초대 글로벌전략위원장 자리
에까지 올랐다.
윤 대통령이 해외 동포들을 위촉해 각 분야 전문가를 키워보자는 취지로 직접 제안
해 만든 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것이다. 챈은 이 직함을 내걸고 2023년 12월 하와이에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초청해 북한 인권 행사를 열었다. 챈은 지난해 4월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석동현 변호사가 2020년 8월 KCPAC 2020 한미보수연합대회에서 '4·15 총선 결과와 문제점 개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임명 과정에서 석 변호사가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2020년 8월 KCPAC 2020 한미보수연합대회에 등장해 "4·15 총선에서 발견되는 정황은 정부 차원의 부정선거 조작 의혹을 의심하게 한다"
고 말한 바 있다. 석 변호사는 또 2022년 같은 단체의 부정선거 방지 행사에도 '국민의힘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회 간사'로 참석했다.

챈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모 KCPAC 사무총장은 본보 통화에서
"챈 회장이 2023년 1월 하와이에서 (석 변호사에게) 민주평통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 변호사는 "해외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활동 폭이 넓은 분을 임명한 것일 뿐"이라며 애니 챈과의 교류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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