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7돌을 기념해 국방성을 축하 방문해 한 연설에서 미국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라고 비난하며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9일 노동신문이 1~3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미국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라고 비난하며 “핵무력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9일 노동신문이 1~3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7돌을 기념해 국방성을 축하 방문해 한 연설에서 핵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총비서는 “지역정세의 불필요한 긴장 격화를 바라지 않지만 지역의 군사적 균형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주변에서의 “미국의 핵전략수단 상시 전개, 미국 주도 핵전쟁모의연습들, 미·일·한 3자 군사동맹체제와 그를 기축으로 하는 아시아판 나토의 형성”을 “조선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새로운 격돌 구도를 만드는 근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분쟁과 유혈참화 배후에 어른거리는 미국의 검은 그림자는 한계없는 방위력 건설을 지향하는 우리 당과 정부의 노선이 가장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비서는 “가자지대와 수리아(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위기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올해에도 긴장한 국제 정세 흐름의 기본축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곤 “3년째 지속되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부추기는 전쟁기계의 막후중심에는 일극패권 수립 야망에 환각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라는 고정 직함을 달고 다니는 미국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에 부합되게 로씨야(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위업을 변함없이 지지 성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4년 6월19일 평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합의했는데, 이 조약 4조는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유엔헌장과 양국 법에 따라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올해에도 긴장한 국제정세 흐름의 기본축”이라 예상한 건 ‘조기 종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총비서의 이번 연설은 시점상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7일(현지시각) 백악관 정상회담 직후에 이뤄진 것인데, 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담겨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명시했다.

한겨레

이제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