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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익이 되는 약속 받아내 일단은 성공
이웃나라와 우정과 신뢰 금가…계속 성과 낼까는 미지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한 주류 상점에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미국산 위스키 앞에 ‘대신 캐나다산을 사세요’라는 안내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간경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다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 뒤로 유예했다. 북미 관세 전쟁은 한 단락을 넘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관세 전쟁은 ‘트럼프가 돌아왔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정치·외교 관행에서 벗어나 종잡을 수 없는 언행으로 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관세 전쟁을 시작한 명분도 그가 줄곧 외쳐온 ‘미국 우선주의’와 맞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통이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그 모든 것은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것과 잃게 될 것은 무엇일까?

어김없이 반복된 ‘미치광이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내보인 극적인 태도 변화를 두고 트럼프 1기에서 나왔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다시 등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략은 자신을 종잡을 수 없는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해 상대방의 공포를 유발하고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나는 겁날 것이 없다. 나는 비이성적이고 거침이 없다’는 이미지를 무기 삼아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른 ‘25% 고관세 카드’는 그가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가져왔다. 캐나다는 마약 문제 담당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기술과 인력을 배치해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에 13억달러를 들이고 미국과 협력해 국경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멕시코 역시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 방위군 1만명을 동원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국가의 약속에 만족을 표했다.

여기까지의 중간 성적을 매기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이웃국에서 미국에 이익이 되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나 대가 없는 승리는 없다. 관세 전쟁의 운을 띄움으로써 미국은 보이지 않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바로 수치로 종잡을 수 없는 ‘감정’에 관한 문제다.

승리의 대가, 우정과 신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선포한 이후 캐나다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하며 미국산 제품, 미국 여행 불매 운동이 번졌고, 많은 캐나다인이 배신감을 호소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관중이 미국 국가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한국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전선에서 함께했던 양국 관계를 두고 “우리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섰고 함께 슬퍼했다”며 배신감을 표출했다. 쉽게 말하면 ‘너희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와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며 양 국민이 그 국경을 경제적·물리적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준의 우호 관계를 구축했다. 군사적으로도 밀접한 동맹이다. 이런 관계에서 관세 부과는 일종의 ‘위협’으로,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하 발언과 더불어 양국 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다니엘 벨랜드 맥길대 교수는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양국 관계에 전례 없이 큰 피해를 준다. 캐나다인의 미국을 향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으며 이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1869년 캐나다 건국 이래 양국 관계 최악의 순간”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이러한 동요를 겪은 이상 관세 전쟁이 멎는다고 하더라도 양국 간 국민감정이 완전히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부과가 유예되기 전인 지난 1월 31일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이 친구와의 조약을 무시한 것은 다른 나라가 미국과 거래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 휘두르는 손도 다치는 칼

미치광이 전략이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를 계속 반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 1기에서도 이 전략이 매번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지난 1월 30일 WP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1기에 북한과 이란, 중국 등에 미치광이 전략을 적용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임기에도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관세 카드를 내밀었다가 협상 끝에 유예한 것을 두고 “그의 강경한 무역 위협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예고한 유럽연합(EU)에 어떤 조처를 내릴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한 달 유예 기간을 확보했을 뿐 오는 3월 다시 관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이미 지난 2월 4일부터 추가 보편 관세 10%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행세를 넘어 실제로 캐나다, 멕시코 등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지게 될까?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려는 목표는 일차적으로 수출국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를 직접 내는 주체는 미국의 수입업체다. 관세는 상품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수입업체는 25% 관세를 내면 이윤이 남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입업체는 공급업체에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할 수 있고, 아니면 가격을 더 올려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 가치, 수입업체의 규모와 경쟁력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관세는 보복관세를 부른다.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올해 2월 10일부터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맞대응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보복과 재보복 수단은 관세에만 머물지 않고 외교·안보 분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당분간 세계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충격에 휩쓸릴 전망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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