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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새로 팀장이 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팀을 돌보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팀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장의 눈이 팀 내부에만 머물면 팀 성과는 제한적이다. 왜 그럴까?

팀 성과를 올리는 방법이 팀 내부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팀원들이 잘해도 한 팀이 단독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성과를 높이려면 다른 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다른 팀과 협력해야 한다. 실제로 이걸 잘하는 팀장은 어떤 모습일까. 우아한형제들의 일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 ‘이게 무슨 일이야’에는 한 고성과 팀장이 소개된다.

“이분은 10명짜리 팀의 팀장이지만 실제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의 파워로 보면 20명, 30명의 팀장이 됩니다. 다른 팀들을 자기편으로 잘 만들다 보니 그 팀에 맡긴 일이 잘되는 걸 여러 번 보게 되죠. 결국 이런 사람은 조직에서 높게 평가받고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됩니다.”

다른 팀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힘, 이것을 ‘측면 영향력’이라고 부른다. 측면 영향력이란 팀장이 조직 내 다른 팀과의 협력을 끌어내고, 필요한 정보나 자원을 확보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뢰와 지지를 얻는 능력을 말한다.

휴민트 확보가 중요한 이유흔히 팀장의 영향력이라고 하면 리더가 구성원에게 미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영향력은 위(Upwards·상사), 아래(Downwards·구성원), 옆(Sidewards·다른 팀)으로 뻗칠 수 있으며 팀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가 곧 팀 성과로 연결된다. 평소 팀 관리에만 집중해온 팀장들에게 측면 영향력은 다소 낯설 수 있다. 팀 경계 너머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팀장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측면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는 ‘휴민트(Humint)’를 확보한다. 휴민트란 휴먼(Human)과 인텔리전스(Intelligence)의 합성어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뜻한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조직 내 알짜배기 정보는 공식 문서나 발표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더 빠르고 더 자세하게 공유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휴민트를 확보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단순히 정보를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사람들과 전략적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다. 네트워킹이라는 말에 한숨부터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교성과 전략적 네트워킹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교성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개인적 특성이다. 반면 전략적 네트워킹은 도움 되는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즉 팀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누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리더의 역할로 봐야 한다.

휴민트를 확보하기 위해 팀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적인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상호성의 원칙’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상호성의 원칙이란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면 나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지는 심리적 경향을 뜻한다.

따라서 휴민트를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정보를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게 들어오는 모든 정보에 대해 “이 정보가 다른 팀이 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까?”, “다른 팀이 이 정보를 알면 도움이 될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하나라도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때그때 공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런 작은 관심과 시간 투자가 쌓이면 어느 순간 내게도 휴민트가 모이게 된다.

또 팀원의 휴민트도 활용할 수 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오히려 정보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위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는 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정작 실무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걸러져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다들 알고 있던 걸 나만 몰랐나?’라고 생각했던 적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팀원이 휴민트를 가장 많이 갖고 있을까. 팀원들을 살펴보면 다른 부서와 교류가 활발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업무 외에도 사내 행사, 친목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사내의 크고 작은 이벤트 소식을 빨리 알고 다른 팀의 분위기나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팀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휴민트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요청의 타이밍을 맞춰라둘째, 측면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는 효과적인 ‘요청의 기술’을 사용한다. 팀원들에게 업무가 왜 지연되었는지 물었더니 “다른 팀 협조가 안 돼요”라는 보고를 받아본 적 있을 것이다. 어떤 팀장은 “내가 다시 요청할게”라며 곧바로 나선다. 여기서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반복 요청하는 것은 상대 팀에 부담만 주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요청의 기술은 무엇이 다를까? 열 번의 재촉보다 강력한 요청의 ‘타이밍’을 맞춘다. 같은 팀에 같은 걸 요청했는데 다른 답변을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요청받는 팀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얼마나 급한지가 아니라 상대 팀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다. 따라서 요청하기 전 상대 팀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고 상대 팀 입장에서 우리의 요청이 얼마나 중요해 보일지 가늠해 봐야 한다.

요청을 반복할 때는 두 번, 세 번 재촉할 것이 아니라 상대 팀이 왜 늦어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팀장이 요청의 타이밍만 잘 맞춰도 팀 업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요청은 명확할수록 양쪽 모두 만족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요청이 모호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도와준 팀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요청한 팀은 실망하게 된다. 심지어 모호한 요청은 상대 팀이 대충 넘기거나 바쁜 일에 치여 아예 잊어버릴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아주 디테일하게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스토리보드를 실제 영화와 비교해 보면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이렇게 꼼꼼하게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이유는 뭘까?

수많은 사람이 협력하는 영화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요청이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요청할 때는 왜 하는지, 어떻게 해주길 기대하는지,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 팀도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으며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팀장의 측면 영향력은 여기저기서 자원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제대로 활용해 우리 팀의 성과를 높이는 데 있다.

경마 경주를 보면 말들이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의 시야를 제한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함으로써 기록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혹 팀 성과를 위해 앞만 보며 달리는 ‘경주마 같은 팀장’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 팀에 필요한 정보나 협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팀 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이제 주변을 둘러보자. 팀장의 시야를 넓히는 순간 팀 성과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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