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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10명 '로테이션 소개팅' 인기
"부담 덜하고 많은 이성 만날 수 있어"
"인사만 하다 끝... 깊은 대화는 한계"
"물건 사듯, 맞는 이성 만나려는 심리"
제한된 시간에 여러 명을 만나는 '로테이션 소개팅'을 하는 참가자들. '러브톡톡' 제공


"10분 지났습니다. 이동해서 다음 파트너를 만나주세요."

#. 지난달 서울의 한 장소에서 20여 명의 20~30대 남녀가 1 대 1로 마주 앉았다. 각자 작성한 프로필 카드에는 직업, 나이, 성격유형지수(MBTI), 최근 관심사, 이성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거주지 등이 적혀 있다. 상대와 카드를 교환하고 10분간 대화한다. 10분이 지나면 다음 테이블로 이동해 새로운 상대를 만난다. 이동 전엔 쪽지를 주고받는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자신의 연락처를 적힌 종이를 건넨다. 그렇지 않다면 빈 쪽지를 주면 된다.

10분마다 하는 '로테이션 소개팅'



한 번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로테이션(Rotation·교대) 소개팅'이 유행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명을 만날 수 있어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다. SBS의 '나는 솔로' '짝',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등 다양한 연애 방송 프로그램이 성행한 영향도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2, 3시간 내 10분마다 상대를 바꿔 만날 수 있다. 참여 방법은 소개팅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소모임' '문토' 등을 이용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용은 성별에 따라 2만~5만 원대다. 참여 인원은 4 대 4부터 12 대 12까지 다양하다.

로테이션 소개팅 '러브톡톡'의 진행 방식과 참가자들의 직업과 나이가 나와있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 '러브톡톡' 제공


직장인 정수민(가명·28)씨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세 번 참여했다. 이 중 두 번의 소개팅이 정식 교제로 이어졌다. 정씨는 "20대 초반이 지나니까 지인을 통한 소개팅이 많이 안 들어오기도 했고, 집 밖으로 잘 안 나가는 편이라 이성을 만나기가 어려워 신청했다"고 했다. 수십만 원이 드는 결혼정보회사 가입에 비하면 비용도 부담이 덜하다.

치위생사 이민정(가명·34)씨는 "연애를 하고 싶은데 소개팅을 위해 하루를 다 비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로테이션 소개팅은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밝혔다. 또 "지인에게 소개를 받으면 마음에 안 들어도 거절하기 힘든데 로테이션 소개팅은 주선자가 없어 거절 부담이 적다"고도 했다.

로테이션 소개팅 업체 '러브톡톡' 측은 "원한다면 하루에 1년 치 소개팅을 할 수 있다"며 "소개팅 커플 성사율도 30%에 이른다"고 했다. 운영한 지 3년 된 이 업체가 진행한 소개팅에서 실제 5쌍이 결혼했다.

깊은 대화는 한계... '회전초밥 소개팅'

로테이션 소개팅을 하고 있는 모습. '토크 블라썸' 예약 페이지 캡처


단점도 있다. 10분 안에 상대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쉽지 않다. 첫눈에 반하는 행운이 주어질 수 있으나, 시간에 쫓겨 인사만 하다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대다수다. 로테이션 소개팅을 해본 혹자는 이 같은 방식을 '회전초밥'에 비유했다. "고르는 데 공들이다, 정작 배불리 먹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것저것 많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초밥은 없을 수도 있다."

소개팅을 한 또 다른 직장인은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깊은 이야기를 못 하고 자꾸 겉돌았다"고 했다. 이어 "상대는 다르지만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기계적으로 느껴지고, 상대도 지쳐 보여서 열정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물건 고르듯, 잘 맞는 이성 만나려는 심리"

지난해 11월 서울 반포구 한강공원에서 진행됐던 '설렘 in 한강' 현장 사진. 서울시 제공


과거에도 수십 명이 참여하는 단체 소개팅은 많았다. 2001년에는 결혼정보회사 선우 주최로 열린 단체 소개팅 '밀레니엄 미팅 페스티벌'에 약 4,000명의 미혼 남녀가 참가했다. 2004년엔 1,200여 명이, 2007년엔 1,600명이 참여했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시대 변화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단체 소개팅은 줄었지만, 다인원이 참가하는 '스피드 데이트'에서의 커플 매칭률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저출생 시대 지방자치단체와 종교계 등도 단체 소개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미혼 남녀 100명이 참여하는 단체 소개팅 '설렘 in 한강'을 열었다. 3,286명이 참여를 신청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 행사에서 커플 27쌍이 탄생했다. 서울시는 이달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단체 소개팅 행사인 '설렘, 아트나잇'을 연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2013년부터 매년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단체 소개팅 '만남 템플스테이'를 개최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인터넷 검색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 비교해서 상품을 사듯이, 많은 이성을 만나보고 그중에 잘 맞는 사람을 선정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의 심리가 반영됐다"며 "단체 소개팅에서 자신이 (선택권을 가진)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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