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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가 3·1 운동 참여 탓 재산 뺏겨
가난하게 자랐지만 “자부심 느낀다”

긴 무명 생활 뒤 ‘해뜰날’ 공전의 히트
생계 탓 미국행…사업하다 한국 복귀

‘차표 한장’ ‘네박자’ 또 히트 쳤지만
아내 사기 혐의 유죄 이어 거액의 빚
담도암 투병했지만 음악 열정 놓지 않아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놓인 고인의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 네 박자 속에 /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 한 구절 한고비 꺾어 넘을 때 / 우리네 사연을 담는 / 울고 웃는 인생사 소설 같은 세상사 / 세상사 모두가 네 박자 쿵짝.’

전 국민 귀에서 맴돌 가수 송대관의 노래 ‘네박자’. 가사처럼 7일 향년 78살로 별세한 송대관의 삶에는 한 구절 한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여러 사연이 담겨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으로 유명한 전북 정읍시에서 1946년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을 정도로 가난하게 자랐다. 조부인 송영근 선생이 1919년 3·1 운동 당시 전북의 만세 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징역을 살았고, 이후 재산을 일본인들에게 뺏긴 여파다.

고인은 지난해 8월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태진의 트로트 라디오’에 나와 “우리 할아버지가 겪은 고문과 고통은 정말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인데 다음 세대들은 할아버지의 업적으로 대한민국이 해방된 것이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전북) 군산의 형무소에 계시면서 너무나 많은 고문을 당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며 “손자 되는 입장에서 지금은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전주 영생고에 다니던 시절 전주방송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등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5년 고등학교 졸업 뒤 상경해 1967년 ‘인정많은 아저씨’로 데뷔했으나 당대의 스타인 남진, 나훈아의 그늘에 가려 바로 빛을 보진 못했다. 무명 생활로 어려움을 겪다가 1975년 ‘해뜰날'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국민 가수 반열에 올랐다.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해뜰날’의 이 같은 가사는 국민에게 큰 응원이 됐고, 이듬해인 1976년 고인은 방송국 가요대상을 3개 수상하며 가수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해뜰날’만 지속되진 않았고, 고인은 1980년 미국으로 돌연 이민을 떠났다. 그는 2008년 12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뜰날’로 가수왕까지 올랐지만 이듬해 결혼하니까 해가 졌다”며 “컬러 티브이(TV)가 나오면서 주 수입원인 극장 리사이틀도 내리막길을 걸어 생계가 막막해 잠실에서 분식집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만삭의 아내가 배달통을 들고 배달하는 게 안쓰러워 처가가 있는 미국으로 간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그는 “샌드위치 전문점에 슈퍼마켓도 여러 개 운영했고 버지니아에서 쇼핑몰을 구입해 큰돈을 만졌다”고 했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귀국한 고인은 ‘혼자랍니다’와 ‘정 때문에’를 발표하며 8년 만에 가수 생활을 재개했다. 그 뒤에 ‘차표 한장’ ‘네박자’ 등이 연달아 큰 인기를 받으면서 현철,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려왔다.

2004년 문화방송(MBC) 가요콘서트에 출연한 송대관. 한겨레 자료사진

하지만 2013년 ‘한고비’가 또 찾아왔다. 아내가 충남 보령시 일대를 개발한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함께 기소된 송대관은 ‘사기에 연루되진 않았다’는 취지로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나, 아내의 대출에 연대 보증을 했다가 큰 빚을 졌다.

고인은 2021년 12월 방송된 엠비엔(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스타멘터리’에 출연해 “(아내의 사업에서) 빨리 땅 계약이 해결되고 돈으로 현실화돼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빨리 안 되니까 이자가 쌓여 가는 게 장난 아니었다. 나중에 보니 빚이 280억까지 생겼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개인 회생 절차를 밟았지만,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했다”라며 “지금도 (빚을) 갚고 있다”고 당시 말했다.

1월19일 방송된 한국방송(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던 송대관.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여러 해 전 고인은 담도암 투병을 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몸이 쇠약해진 가운데에도 티브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지난달 19일 방송된 한국방송(KBS) ‘전국노래자랑' 서울 성동구 편에 초대 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부고가 알려진 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전국노래자랑 성동구 편을 촬영하던 날 궂은 날씨에도 힘차게 무대에 올라 환호성 속에서 관객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제게도 ‘해뜰날’은 내일의 꿈을 키우던 유년 시절, 긍정의 힘을 알려준 18번이었다”고 추모했다.

많은 노래로 국민을 위로하고 응원하던 그는 이제 영면에 들게 됐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9일 오전 11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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