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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맘.때] 디지털·도파민 디톡스 자발적 경험 서강욱·박찬빈씨
요즘, 당신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요.맘.때’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마음 돌봄’의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이슈마다 숨어 있는 정신건강의학적 정보를 전하고 때로는 독자들에게 공감과 힐링의 시간도 제공하고자 합니다.
서강욱씨가 유튜브 채널인 ‘마음대로 심리학’을 통해 일주일간 ‘도파민 디톡스’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국 옥스퍼스대 출판부가 2024년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뇌 썩음(Brain rot)’이었다. 이는 짧은 시간 동안 온라인상의 정보를 너무 많이 소비한 탓에 인간의 정신적·지적 상태가 퇴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해 1월 안드로이드(구글)와 iOS(애플)의 국내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월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은 40시간을 웃돌았다. 5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며, 전 세계 평균 이용 시간인 23시간의 1.7배에 달한다.

그 어느 때보다 ‘뇌를 썩히기’ 좋은 환경이지만, 건강한 삶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젊은층에서는 일상의 균형을 되찾는 ‘도파민·디지털 디톡스(해독)’ 열풍이 불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 도전한 상담교사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서강욱씨는 두 달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셀프 도파민 중독 치료 후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촬영하는 일주일 동안 서씨는 각종 SNS와 TV 시청, 음악 감상, 게임과 더불어 야식과 카페인, 액상과당 섭취 등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행위를 모두 중단하는 도파민 디톡스에 도전했다.

서씨는 ‘뇌 썩음’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단번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허무함과 피로감은 커져만 갔다.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과 거리를 두고자 디톡스를 결심했다. 디지털 매체 중독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는 교사로서, 몸소 실천해 봐야 학생들에게도 디톡스를 추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씨가 제작한 영상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한 학생은 영상을 보고 지난 기말고사 기간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는 등 도파민 디톡스에 나서기도 했다.

도파민 디톡스 이후 서씨는 가족과의 대화나 식사의 즐거움 같은 일상의 작은 행복을 더 잘 느끼게 됐다. 자극에 무뎌졌던 감각도 살아났다고 느꼈다. 그는 영상 촬영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다. 퇴근 후 현관에 스마트폰을 두고 거실로 들어가거나, SNS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서씨는 “도파민 디톡스는 작은 행복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감각을 단련하는 과정”이라며 “혹여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일주일이 되고, 또 한 달을 채울 수 있다”고 전했다.

디톡스 모임 여는 이유

서울 곳곳에서 월 1회 디지털 디톡스 모임을 진행하는 직장인 박찬빈씨 역시 ‘뇌 썩음’과 같은 중독 현상에 깊이 공감한 순간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업무 시간이 아님에도 휴대전화를 비롯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들여다 봐야만 안심이 됐다. 샤워할 때조차 욕실에 휴대전화를 들고 가는 자신의 모습에는 수치심까지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여름 휴가차 떠난 호주 여행이 전환점이 됐다.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시골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외부와 모든 연결이 단절되는 경험을 했다. 불편함도 잠시, 곧 이유 모를 해방감과 충만감이 찾아왔다. 강렬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한국에도 단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박찬빈씨가 이끄는 ‘디지털 디톡스’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행사를 앞두고 각자의 휴대전화를 한곳에 모아놓은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박씨가 주최하는 디톡스 모임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정해진 장소에 8~10명의 참가자가 모인다. 휴대전화는 한곳에 모아 잠시 치워두고, 독서와 글쓰기 등 전자 기기가 필요하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 중간중간 참가자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박씨는 “잠깐이라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고는 싶은데, 혼자서는 잘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이 온다”며 “동지 의식 덕분에 혼자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할 때보다 어려움은 훨씬 줄어들고, 주어진 시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디톡스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박씨의 목표다. 그는 “디지털 디톡스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나와 타인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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