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자 MBC 뉴스 데스크 일기 예보. 박하명 기상 캐스터가 출연해 날씨를 전하고 있다. MBC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 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생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이 여전히 방송에 출연해 일기 예보를 진행,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가족의 인터뷰 등을 통해 오요안나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진 MBC 기상 캐스터 박하명과 최아리, 이현승은 5~6일 여러 MBC 뉴스에 출연했다. 박하명은 5~6일 뉴스 투데이와 930 MBC 뉴스, 최아리는 5일 뉴스 데스크, 이현승은 5일 12 MBC 뉴스에 얼굴을 비쳤다. 가해자로 함께 지목됐던 주말 캐스터 김가영은 지난 1일까지 일기 예보를 진행했다. ‘깨알 뉴스’라는 코너를 진행했던 MBC FM ‘굿모닝 FM 테이입니다’에서는 지난 4일 자진 하차했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MBC 게시판 등을 통해 “사람이 죽었는데 대처가 너무 미온적이다”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연루된 기상 캐스터들은 모두 방송에서 배제해달라”라며 항의하고 있다. MBC 심의팀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집계해 공개한 일일 시청자 의견 보고서에도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해명을 해달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다시는 방송에서 보고 싶지 않다’라는 내용이 7건 적혀 있다.
오요안나가 사망했을 당시에는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가족은 고인의 일기 등을 모아 지난해 12월 그의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하명과 최아리는 대놓고, 이현승과 김가영은 뒤에서 몰래 괴롭혔다”라며 이들 네 명이 오요안나를 제외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험담한 내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MBC가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관하고 사망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태를 방치한 MBC는 오요안나의 극단 선택 이면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뒤 ‘MBC 흔들기를 멈추라’라는 취지로 대응에 나서 물의를 빚었다. MBC는 지난달 28일 낸 입장문을 통해 “고인 관련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대응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오요안나가 자신의 고충을 인사팀 감사국 등 담당 부서나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MBC에서 아나운서로 일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 박은지 배수연 전 MBC 기상 캐스터 등 전직자들은 “따돌림은 MBC의 문화”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 캐스터들과 MBC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에는 동료들과 관련 부서 책임자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어겼고 MBC는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형준 MBC 사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