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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개방형에 최신 필터 등 도입
담배연기 풀풀… 비흡연자들 불만
서초구, 이달 내 2곳 추가 설치키로
시민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있는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 시설은 공기정화 필터와 에어커튼으로 담배 연기 확산을 막도록 설계됐지만 주변 시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5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뒷골목에 있는 흡연장은 버스정류장을 연상케 했다. 이곳에서 10여명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지붕처럼 덮은 시설물에선 공기정화장치가 ‘윙’ 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이라는 문구가 적힌 흡연장은 사방이 뚫린 형태였다. 서울 서초구가 지난달 1억원가량 예산을 들여 설치한 최신식 흡연시설이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와 달리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였다. 옷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흡연장을 지나가던 김모씨는 “여기가 흡연 성지여서 출퇴근이나 점심시간에 골목을 오갈 때면 항상 숨을 참는다. 기존 흡연장보다 큰 흡연장이 새로 생긴 셈”이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개방형 제연 흡연시설은 ‘에어커튼’이라 불리는 공기차단막을 설치해 흡연장 내부의 담배 연기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지붕에 설치된 공기정화장치 4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내부 공기를 정화해주기 때문에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모두 고려했다는 게 서초구 측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이달까지 2곳을 추가로 설치해 3대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설 설치에 필요한 예산은 1곳당 9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다.

그동안 남의 눈을 피해 담배 피울 곳을 찾아야 했던 일부 시민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인호(35)씨는 “이전엔 흡연자들이 눈치를 보면서 너구리굴 같은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보니 길가에서 임의로 담배를 피우는 상황도 발생했는데 이런 시설이 세워진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박소연(29)씨는 “새 흡연장이 설치되기 전과 후로 연기나 공기질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전면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흡연장에 있는 에어커튼이 담배 연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겠냐”고 반문했다. ‘최신식 공기정화장치’ 등 홍보문구로 공기 질 개선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이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서초구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야외 흡연시설을 설치할 때 50% 이상 개방하라는 권고 사항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피울 권리’와 ‘간접흡연을 피할 권리’ 간 충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원이 쏟아지는 통에 지자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지역별로 새로 도입하는 시설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앞서 서울 성동구는 2022년부터 12곳에서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음압설비와 내부 정화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서초구와 달리 폐쇄형 시설이다. 담배 연기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 비흡연자들의 불만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치 예산은 1억원을 웃돌아 서초구 흡연시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환경적 특성을 언급하면서 최신식 개방형 흡연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초구에서 시민 편의를 위해 창의적인 정책 실험을 해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바람이 많이 부는 우리나라 특성상 개방형 흡연장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시민 반응을 봐도 아직 회의적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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