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윤석열 대통령은, 각각 심판정에서의 태도와 말하는 내용 모두에서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긴박했던 계엄 선포 직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놓고도 윤 대통령은, 그저 격려차원으로 걸었을 뿐 계엄 관련 통화는 아니었다는 궁색해보이는 얘길 했는데요.
이와 달리 홍 전 차장은, 대통령 측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 한 건 간첩이었다는데 왜 다른 말을 하느냐, 공작금 유용 의혹이 있는 것 아니냐 같은 공격을 받고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를 거의 토씨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했는데요.
구나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과 관련한 통화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격려차 한 거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어제)]
"해외 순방 때 국정원의 해외 담당 파트가 여러 가지 경호 정보를 많이 도왔기 때문에 제가 격려 차원에서…"
윤 대통령측은 또 방첩사를 도우라고 한 건 맞지만,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건 간첩이라고 했습니다.
[김계리/윤 대통령 측 변호사 -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방첩사를 도와서 정보가 있으면 정보를 주고 간첩들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했다는데 증인의 말과 다른데 어떤가요? <대통령님이 누구한테 하신 말씀이십니까?> 증인에게요. <저한테요?>"
윤 대통령측은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법정에 가져와 홍 전 차장을 공격했습니다.
[김계리/윤 대통령 측 변호사 -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공작금 유용 의혹으로 박선원 의원에게 약점 잡힌 것 아닌가요? <아 잘 얘기해주셨습니다. 지금 항간에 제가 대북 공작금 떼어먹었다고 난리인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건 밤 10시 53분.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밤 10시 27분 계엄을 선포한 뒤 접견실로 돌아와 10시 40분쯤 국무위원들에게 조치 사항을 지시했습니다.
이때 최상목 문건도 건네졌습니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라면 계엄 선포 20여분 뒤 홍 전 차장에게 격려차 전화했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각, 경찰이 중앙선관위로 출동했고, 국회의원 출입도 통제되기 시작했습니다.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한참 비상계엄 관련된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지금 수방사, 특전사가 막 난리를 치는데, 옛날에 해외 한 번 나갔다 왔던 1차장한테 격려차 전화하신다? 그 시간에? 이상입니다."
홍 전 차장은 사실을 얘기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느꼈다고 했습니다.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이 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아닙니까? 대통령께서도 그날 보니까 뭐 여러군데다 전화 많이 하셨더구만요. 저는 처음으로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거잖아요. 아무래도 밑에 사람이 있으니 정말 오랜만에 전화한 부분의 내용이니까 거의 토씨까지 기억하지 않을까요?"
증인석에 들어서자마자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홍 전 차장.
윤 대통령은 인사를 받지 않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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