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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 사진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를 두고 주민 간 갈등과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단지 내에 공립 어린이집을 유치하려는 주민들을 향해 반대하는 주민들이 “어린이집에 애를 보낼 거면 일 그만두고 애나 봐라”라는 막말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 해결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예산과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아파트 단지 안 어린이집이 재산 가치를 떨어트리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고 있다.

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700여 세대 대단지인 서울 종로구의 A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와 관련해 입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아파트 인근 B어린이집이 올해 2월말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는다고 통보하면서 단지 안 어린이집 논의가 시작됐다. B어린이집에 20여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A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었다. 부모들은 인근 어린이집 입소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등 대안을 찾던 끝에 종로구청 등과 협의해 아파트 내 공간에 어린이집을 이전하고 이를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10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상정되자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어린이집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먼저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12월 세 차례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 반대 주민들은 찬성 측 부모들을 향해 “돈이 없어서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거 아니냐” “어린이집에 애를 보내야 일할 수 있는 거면 일 그만두고 집에서 애나 봐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주민 일부가 B어린이집에 무단침입해 보육 교사 개인정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A아파트에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를 반대하는 입주민들의 입장문이 부착돼 있다. 독자 제공


반대 측 주민들이 내세우는 주요 논리는 ‘재산권 침해’다. 반대 주민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아파트 유휴공간은 우리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사용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외부 어린이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우리 아파트를 출입해 위험·소음 등 불편 사항이 생긴다”고 했다. 이들은 첫 공청회에서도 “우리 재산은 구청하고 상관없다”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진행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유치를 추진 중인 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씨는 “안건을 투표에 부쳐 입주민 과반이 반대하면 부결되는데, 반대 측에서 투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비대위까지 꾸려 어린이집에 반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못 사는 집, 장애인 아이들이 우리 동네 오는 것이 싫다’는 주장까지 하니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B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정미경씨(33)는 “다른 어린이집을 둘러봐도 모두 입소 대기 인원이 많아 2월말 어린이집이 폐원하면 당장 3월부터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당초 종로구청은 A아파트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 방안에 적극적이었지만 주민 간 내분이 일면서 논의가 멈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부터 500세대 이상 신규 아파트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기피하는 님비 현상으로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는 꾸준히 있어왔다. 반대 주민 측 비대위원장 E씨는 전날 기자와 통화하며 “입주민들 사유재산이고 내부의 문제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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