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구치소 접견과 함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방청에도 나선다. 탄핵에 반대하는 강경 지지층에게 소구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5일 윤상현 의원 측에 따르면, 윤 의원과 김민전 의원은 오는 7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 이전에 인간으로서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솥밥을 먹은 분인데 찾아뵙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으로 모셨던 분인데 왜 (찾아뵌다고) 떳떳하게 얘기를 못하느냐”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연일 윤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키며 ‘호위무사’를 자처해왔다. 김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한 부정선거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며 대통령 방탄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조직된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조지연 의원은 오는 6일 헌재를 찾을 예정이다.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참모였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부터 윤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를 담당했던 핵심 참모로 강 의원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조 의원은 국정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들은 22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강 의원은 경북 구미을, 조 의원은 경북 경산으로 모두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TK(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이다.
앞서 지난 3일에는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구치소를 방문한 바 있다. 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동행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아닌 개인 차원의 방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가 강경 지지층 눈치를 보며 대통령 비호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어야 했는데 극우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려가고 있으니 당 전체 분위기도 점점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