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이 지난달 20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위) 아래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으로 잘못 쓰이고 있는 사진. 중국중앙텔레비전, 바이두 갈무리
세계 인공지능(AI) 판도에 충격을 안긴 중국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공식 석상에 등장한 적이 거의 없다. 베일에 싸인 그의 이력을 반영하듯, 중국 안팎의 일부 매체는 동명이인인 중국인의 사진을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
4일 현재 량원펑의 사진으로 주로 쓰이는 것은 그가 지난달 20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기업·교육·문화·체육계 인사 등의 좌담회에 참석한 영상을 갈무리한 것들이다. 당시 이를 보도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회색 양복에 하늘색 셔츠를 입은 량원펑은 안경을 끼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발언하고 있다. 여러 방면의 전문가 8~9명이 모인 이 자리에 인공지능 분야의 유일한 인사로 참석한 량원펑은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과제 등에 대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다른 남성의 사진도 량원펑의 사진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의 얼굴 오른 쪽에는 딥시크 로고가 함께 담겨있다. 이 사진 외에 비슷한 인물이 발표를 하는 사진도 량원펑의 사진으로 쓰이고 있다. 이들은 중국중앙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일부 매체, 미국의 일부 정보 통신 매체 등이 이 사진을 량원펑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도 지난달 28일과 31일 쓴 딥시크 관련 두 개의 기사에 잘못된 사진을 사용했다.
중국 포털 바이두를 보면, 해당 인물은 량원펑과 동명이인으로 중국 광둥성 포산시의 한 건축자재 회사의 임원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도 “량원펑이라는 중국 건축자재 회사 임원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잘못 식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량원펑은 지난달 20일 값은 싸지만 성능은 미국 인공지능 모델에 버금가는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알1(R1)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관심 인물로 떠올랐지만 아직 언론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최고경영자보다는 기술자나 괴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몰리면서 일부 누리꾼과 매체들은 그의 고향 집을 방문하거나 취재에 나서고 있다. 그의 고향 마을에는 ‘고향의 자랑이자 희망’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어릴 때부터 성적이 우수하고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났다”는 학교 은사의 증언도 전해졌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